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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띄운 잭슨홀…당정대에 둘러싸인 한은

■ 연준 주요 인사들 '9월 인하' 힘 실어

기준금리 동결 이후 전방위 압박

내수침체 속 경기둔화 우려 커져

금리인하 실기론 확산될지 주목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2024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현장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024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에서 연준 관계자들이 9월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베이비컷(0.25%포인트 금리 인하)일지,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일지에 모아진다.

22일(현지 시간) 잭슨홀미팅에 참석한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있었던 논의가 의미하는 바는 9월 회의에서 인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 완화 작업은 질서 정연하고 인하에 앞서 충분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잭슨홀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신호가 나오면서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릴 여지가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잭슨홀미팅을 꼽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통화정책은 미국과 방향성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의 금리 조정 폭과 횟수는 미국보다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5.5%인 반면 한국은 3.5%인 만큼 상대적으로 여력이 적다.

한국에서는 당정대가 한목소리로 통화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나서면서 한은이 시험대에 섰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3일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조치에 대해 “내수 진작 문제에서 봤을 때는 약간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은의 독립성 침해 논란에 “오히려 독립성이 있으니까 금리 동결이 아쉽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뒤늦게 결정이 난 뒤에 아쉽다고 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한은이 반드시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인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은은 지금은 부동산과 금융 안정이 우선이고 내수는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급속한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창용 총재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부와 의사소통을 해왔지만 금리 인하와 관련해 되레 더 큰 압력만 받게 돼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23일 ‘최근 민간 소비 흐름 평가’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적 요인과 자영업자 업황 부진이 회복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 민간 소비 회복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내수 우려를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로 민간 소비가 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서 내구재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총재도 전날 “내수 부양은 시간을 갖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관건은 한은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느냐다. 지금으로서는 집값을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 실기론 확산에 한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집값이나 내수 문제를 한은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공급 부족과 가계대출 급증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1차 원인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성장률을 낮췄는데 내수 우려를 덜 한다는 것은 맞지 않으며 한은에만 내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한은이) 금융 안정에 포커스를 둔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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