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산 후판 물량 급습에 국내 철강 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산 후판은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공략했지만 현재는 품질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올해 국산 후판의 연간 소비량이 500만 톤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산 후판 소비량은 올해 상반기 241만 5000톤으로 연간 기준 500만 톤 이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산 후판 소비량은 2021년 606만 8000톤에서 2022년 547만 9000톤, 2023년에는 524만 9000톤으로 지속해서 하락해왔다.
반면 수입 후판 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입 후판은 2021년만 해도 130만 100톤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27만 1000톤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 기준 119만 2000톤이 수입됐다. 현재 전체 수입 후판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
두께가 6㎜ 이상인 두꺼운 철판을 의미하는 후판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조선소에서 쓰일 만큼 조선업의 업황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수입산 범람으로 인해 최근 조선 업계 빅사이클은 국내 후판 시장 호황으로 전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산 후판 비중을 기존 20%에서 25% 이상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산 비중이 증가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가격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도 조선용 후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더욱 인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가는 2023년 상반기 톤당 약 100만 원, 하반기 90만 원 중반대에 각각 합의를 이뤘다. 올해 상반기에는 90만 원 초반대에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산 후판 소비 둔화와 가격 하락은 철강 업계의 실적 개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 후판을 생산하는 업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세 곳이다. 포스코는 올 2분기 지난해 동기(1조 210억 원)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한 49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영업이익도 각각 980억 원, 405억 원으로 지난해와 직전 분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중국의 저가 후판 밀어내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덤핑 제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요 철강 업체와 중국과의 역학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제소 여부가 불분명하다. 만약 본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최종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까지는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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