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두산그룹 합병과 관련해 “현재 제출된 증권 신고서만으로는 투자자들이 두산밥캣(241560)의 재무적 위험이 충분하게 반영됐는지 알기 어렵다”라며 재차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계열사 간 합병 과정에서 10% 범위 안에서 할증·할인할 수 있는 방안까지 언급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날 이 원장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투자자들이 볼 때 (두산그룹) 합병을 찬성하거나 반대할지, 주식을 팔지 말지 판단할 수 있도록 어떤 의사 결정을 거쳤는지, 표면적 목적과 실질적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두산 합병에 제동을 건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위험을 알 수 있도록 증권 신고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점검하는 것이 본래 업무라는 입장이다.
두산로보틱스(454910)는 지난달 15일 합병 관련 증권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금감원이 이 같은 이유로 정정 요구를 하면서 이달 6일 다시 제출한 바 있다. 해당 증권 신고서 효력이 발생하기 전 반기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면서 두산그룹이 자진 정정해 효력 발생일이 이달 28일로 미뤄진 상태다. 금감원이 추가 정정을 요청하면서 두산그룹 합병 추진 일정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두산그룹이 합병을 추진하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모두 상장사로 시가 기준 1대0.63주로 합병 비율을 정했다. 이에 연 매출이 10조 원에 육박하는 두산밥캣 100주당 아직 적자 상태인 두산로보틱스 63주를 받게 되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이 원장은 “두산 합병 여부의 적정성 등은 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나게 돼 있어 이에 대해 언급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합병 비율에 대해서도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합병 비율 가치가 시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어 차선책으로 시가를 정하게 했는데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합법이고 면죄부를 주는 일”이라며 “그룹 계열사 합병에서도 시가보다 공정 가치를 평가하도록 하고 불만이 있으면 사법적 구제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9월 중 입법 준비 중인 인수합병(M&A) 제도 개선안은 계열사 간 합병 비율을 시가로 고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하더라도 할증이나 할인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이 직접 나서 기업 목표를 설명하는데 두산 경영진이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이 원장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필요성과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등 기존 주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원장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이견이 없으나 이자소득와 자본소득을 같이 취급하는 것이 맞는지 과세 철학적 문제가 있다”며 “반도체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과 같은 취지로 미래 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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