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과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과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은행이 이번 사안을 미리 인지했음에도 감독 당국에 즉각 보고하지 않는 등 적절한 사후 대응이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원장은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임 회장과 조 행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처벌·제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법상 할 수 있는 권한들을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상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감독 당국에 제때 보고가 안 된 것들은 명확하므로 누군가는 책임져야 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 회장의 매우 가까운 친인척 운영 회사에 대규모 자금 대출이 일어난 것을 내부 의사 결정자들이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임 행장, 신임 회장이 온 후 벌써 1~2년에 가까운 시절이 지났기 때문에 당연히 은행 내부에서도 감사팀이 됐든, 검사팀이 됐든 알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후 별도의 자료를 배포해 “우리은행은 이달 9일 부당 대출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고소한 내용을 이미 올해 1~3월 자체 감사와 4월 자체 징계 과정에서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르게는 지난해 4분기, 늦어도 올 4월에는 금융 사고 보고·공시 의무가 발생했지만 실제로는 이달 23일에서야 늑장 보고·공시를 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10월께 여신감리 중 해당 여신이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감독 당국 보고, 자체 감사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올 1월이 돼서야 자체 감사에 착수했으며 3월 감사 종료, 4월 면직 등 자체 징계를 하면서도 금감원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5월께 금감원이 제보 등에 따른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특히 현 경영진이 이번 사안을 미리 인지한 정황도 확인됐다.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는 지난해 9~10월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우리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다. 우리금융지주 경영진 역시 늦어도 올 3월께 감사 결과가 반영된 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연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 경영진은 이사회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주·은행은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며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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