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간한 ‘한눈에 보는 연금(Pensions at a glance)’에 따르면 한국 평균 소득자의 연금 실질 소득대체율은 35.8%로 OECD 평균(61.4%)에 크게 못 미친다. 선진국의 경우 공적연금 외에 노후 기초소득보장제도와 의무화된 퇴직연금이 모두 반영된 것과 달리 한국은 국민연금 효과만 측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이 40%지만 평균 가입 기간이 짧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에 있어 기초연금과 퇴직, 개인연금 수령액을 더해 실질적인 총소득대체율을 따지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하면 연금 자체의 소득대체율을 높여 재정 악화를 불러오기보다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매년 들어가는 기초연금 예산이 상당하다”며 “저소득층에서는 기초연금 투입으로 인한 소득 개선 효과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초연금 예산은 22조 5000억 원으로 같은 해 국민연금 지출(약 39조 원)의 58%에 달한다.
학계에서는 국민연금 평균 소득자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기초연금 수급으로 인한 소득대체율 상승효과는 최대 11%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기초연금 월 급여액(33만 4810원)이 국민연금 산정에 활용되는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월액) 298만 9237원의 11.2%이기 때문이다. 평균소득보다 낮으면서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소득 대체 효과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월 기초연금액을 40만 원까지 올릴 방침이어서 기초연금의 소득 대체 효과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경우 노인들의 실질 수령액이 얼마인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과 함께 가입 기간을 늘려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연금액은 가입 기간에 비례해 늘어나는데 한국은 여전히 평균 가입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연합 27개 국가의 연금 평균 가입 기간은 35.9년인 데 비해 한국은 18.6년이었다. 국민연금에 18.6년 가입할 경우 연금 산정에 활용되는 실질 소득대체율은 28.6%에 불과하다.
정부 안팎에서는 프리랜서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과 ‘출산·군복무 크레딧’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출산 크레딧은 둘째 아이 출산부터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기간도 둘째는 12개월, 셋째부터 18개월이다. 군복무 크레딧 역시 복무를 마친 이들에게 6개월씩 제공되고 있다. 정부는 출산 크레딧은 첫째부터 최대 12개월씩, 군은 복무 기간 전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 지원 시점도 연금 수급 시가 아니라 출산·전역 시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크레딧 지원에 매년 1조 100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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