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엔 캐리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로 매수한 해외 자산 재매도) 청산 여파로 주가가 연고점 대비 15% 넘게 빠졌음에도 현대차(005380)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올 2분기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량 증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차의 상승세가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등 해외 시장 확대와 전기차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정체기)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며 매출과 영업익 모두 상승 흐름을 탈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1조 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을 공언한 만큼 향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로 차기 주도주 등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현대차가 올해 약 173조 921억 원의 매출액과 15조 683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과 영업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1%, 3.68%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 매출 약 162조 6636억 원과 영업익 15조 1269억 원을 기록하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현대차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확대로 인한 평균판매단가(ASP) 개선 효과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에 따른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증가로 올해 현대차는 9%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만 역대 최다인 3만 1821대를 팔아 치웠다.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며 소비자 사이에서 불안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김광수 LS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기차 수요 둔화에 맞서 하이브리드로 잘 대응하고 있는 업체는 현대차그룹과 몇몇 일본 기업들 뿐”이라며 “엔화 강세로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현 상황은 현대차그룹에 더욱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가 미국 외 해외 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 중 하나다. 현대차는 현재 올 10월을 목표로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인도에서 4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IPO로 자금을 조달해 현지 시장 공략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상현 BNK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중국보다 인구가 많지만 신차 판매 대수는 중국 대비 6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성장 여력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증권사들은 하나같이 현대차 주가가 많이 하락한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으로는 28일 예정된 인베스터 데이를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1조~1조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며 장기적으로는 주주환원율을 도요타의 40%까지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이행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관련 수혜가 기대된다”며 “주가는 낮아졌으나 모멘텀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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