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정지 중인 종목이 100개, 이들의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거래 정지 종목이 증가하면서 투자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증시 활력을 저해하고 투자자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에서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총 100개 종목이 거래가 중단됐다. 합산 시가총액만 10조 원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 거래정지 기간은 438일이다. 전체의 절반인 50개 종목은 1년 이상 거래가 정지됐다.
시장 별로 보면 코스닥시장이 74종목으로 가장 많았다. 유가증권시장(21종목), 코넥스시장(5종목)이 뒤를 이었다. 3종목은 4년 이상 거래가 정지됐고 3년 이상 4년 미만(6종목), 2년 이상 3년 미만(9종목), 1년 이상 2년 미만(32종목), 1년 미만(50종목) 등 이었다. 이큐셀(160600),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263540), 주성코퍼레이션(109070) 등은 2020년 3월부터 거래가 정지돼 있다. 주성코퍼레이션과 이큐셀의 시가총액은 각각 1068억 원, 2165억 원에 달한다. 이들 종목 투자자들은 4년 넘게 반강제적 장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사유(감사보고서 의견거절, 자본잠식 등) 발생 시 우선 거래정지 조치를 취한다. 투자자 보호 및 상장사에 개선 기회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다. 해당 기간 동안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거쳐 개선 기간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서도 문제를 보완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문제는 개선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은 최장 4년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심제(기업심사위원회→상장공시위원회), 코스닥시장에선 3심제(기업심사위원회→1차 시장위원회→2차 시장위원회)로 실질 심사가 이뤄진다. 하지만 장기간 심사를 거쳐도 상장폐지 결론이 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 때 투자자에게 최종 매매기회를 주기 위해 정리매매 기간이 부여되지만 보유 주식 가치가 대부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장기간 거래재개를 기다려온 투자자에게는 ‘희망고문’으로 끝나버리는 셈이다.
이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한국거래소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거래정지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은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안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거래재개 및 상장폐지 절차 단축을 위한 용역을 통해 연내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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