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코스피 시장의 신규상장 기업 수가 최대 10곳(리츠·스팩·재상장·이전상장 제외)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 역시 코스닥 새내기주들이 줄줄이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코스피 새내기주들은 비교적 외형이 건실하고 성장성이 높아 공모가 대비 평균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컨테이너 제조 기업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연내 증시 입성을 목표로 이번 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약 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주관사는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일반적으로 코스피 시장 예심은 거래소의 권고 심사 기한(45영업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글로벌 ESS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실적 또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늦어도 11월께 심사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스피 IPO 마지막 주자였던 DS단석(017860)이 9월 초 예심을 청구해 12월 22일 상장을 완료한 바 있다. 이대로라면 에이스엔지니어링이 올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는 마지막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이 예심을 청구하면 코스피 상장을 위해 거래소 심사를 받는 기업은 더본코리아를 비롯해 케이뱅크·씨케이솔루션·서울보증보험·MNC솔루션 등 총 6곳으로 늘어난다. 더본코리아가 가맹점주와의 분쟁으로 심사 기한이 길어지고 있지만 회사가 관련 사안을 심사 당국에 적극 소명하고 있어 연내 상장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이달 21일 직접 거래소를 찾아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장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잡은 서울보증보험을 제외하고 예심 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모두 연내 상장하면 올 코스피 시장에 신규 상장하는 기업은 총 10개(이미 상장한 5개사 포함)가 된다. 코로나19로 역대 최대 규모 유동성을 자랑했던 2021년 14개 기업이 코스피에 신규상장한 이후 최대 상장이다. 신규상장 건수는 이미 지난해(5곳)와 같고 공모액은 1조 5889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공모액(1조 870억 원)을 추월했다. 예심 통과가 임박한 케이뱅크가 수천억 원대 공모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코스피 IPO 시장 공모액이 2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매머드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상장했던 2022년 초 이후 고금리 장기화, 국내 증시 침체 등으로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며 위축됐던 코스피 IPO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이날 2698.01에 마감해 지난 연말 종가인 2655.28과 비교하면 1%대 상승에 그치지만 2022년 말 종가(2236.40) 대비로는 약 21% 올랐다. 기업가치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교기업들의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IPO를 추진할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이달 초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글로벌 증시가 큰 폭 하락하기도 했지만 다시 빠르게 반등하면서 주가 급락에 대한 불안감도 일부 해소됐다. 이에 따라 LG CNS, 비바리퍼블리카, DN솔루션즈 등 조 원 단위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기업들이 예심 청구에 가장 유리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닥 공모주보다 증시 입성 요건이 까다로운 코스피 공모주가 안전한 투자처라고 조언했다. 기업에서 제시하는 실적 전망치가 보다 현실적이고 이에 기반해 책정된 기업가치가 시장 친화적인 때문이다.
실제로 올 코스닥 시장에 신규상장한 39개 종목 중 28개 종목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반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5개 종목은 상장 초기 주가 급등락 현상에도 불구하고 모두 공모가 대비 수익을 내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신규상장 종목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17.3%로 집계됐다.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의 수익률이 28.5%로 가장 높았고 에이피알(278470)이 2%로 가장 낮았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열됐던 IPO 시장 분위기가 정상화되고 있다”며 “신규상장 종목의 단기 차익 실현을 통한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실적 성장성에 기반한 중장기적 포스트 IPO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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