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도형 연구개발(R&D)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재정·정책 역량을 끌어모으기로 했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선도 기술과 소형모듈원전(iSMR) 등을 포함한 초격차 선도 기술 R&D 등에 올해보다 1조 7000억 원 늘어난 7조 1000억 원을 쏟아붓는다.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Bio), 반도체(Chips) 등 ‘ABC 첨단산업’에는 3조 5000억 원을 집중 투자한다. 원전·방산·K콘텐츠 등 신성장 동력에도 지원을 확대한다.
정부가 27일 내놓은 ‘2025년 예산안’을 보면 기획재정부는 이들 분야에 총 38조 8000억 원을 투입한다. 올해(33조 6000억 원)보다 15.5% 증액한 규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에 대해 반도체 저리 대출 4조 3000억 원을 공급하고 R&D, 인력 양성, 사업화 재정 지원을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방안을 차질 없이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성과가 낮은 R&D를 걷어내고 신규 투자 항목을 늘렸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선도 기술(178억 원)이 신설됐고 iSMR(859억 원), 리튬 기반 배터리 화재 대응(51억 원) 등을 증액·편성했다. ‘젊은 연구자 지원’ 명목으로 학생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도 600억 원 규모로 신설한다. 박사와 석사에게 각각 월 110만 원, 80만 원을 보장한다. 이공계 석사 장학금은 1000명에게 연 500만 원을 지원하고 연구 장려금 수혜 대상은 5131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린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에는 민간 부문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4조 3000억 원의 저리 대출을 공급한다. 올 6월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추진 방안’에 따른 단계적 이행 절차로 내년에는 우선 25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또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2027년까지 최대 8000억 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펀드 규모는 상황에 따라 1조1000억 원까지 확대한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설계특성화대학(2개소, 20억 원)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국도 45호선 확장 착수비(7억 원)도 신규 반영했다. 올해 1조 3000억 원이던 반도체 관련 예산은 내년에 1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1000억 원 규모의 AI 혁신 펀드 조성을 위해 450억 원을 새로 편성했다.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개발 예산 역시 기존 1조 4000억 원에서 1조 7000억 원까지 확대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암 같은 도전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형 아르파-H’ 프로젝트에 701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사업은 미국의 보건의료 분야 도전·혁신형 연구개발 체계인 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벤치마킹했다. 제조 혁신 바이오 파운드리 센터 투자 비용 113억 원을 신규 편성해 바이오 예산은 2조 원에서 2조 3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2차전지 특화단지 기반시설 구축과 배터리·디스플레이 아카데미 조성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점프업 패키지’를 새로 만들어 100개사에 699억 원을 지원해주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협업 프로그램 또한 확충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의 2026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중소기업 컨설팅 대상도 110개에서 내년에 185개로 늘린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 관련 예산 지원 역시 확대한다. 과충전 제어 전기차 충전기 보급과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조금 효율화도 추진한다. 내년 전기차 보조금은 2조 3000억 원으로 승용차의 경우 구매 보조금을 4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낮췄지만 물량을 33만 2000대에서 33만 9000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원전·방산 등 신성장 수출 산업 지원에도 나선다. 우선 체코 두코바니 원전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원전 수출의 탄력을 높이기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신규 원전 산업 성장 펀드와 1500억 원의 원전 생태계 융자를 공급한다. 원전 R&D 예산을 기존 3000억 원에서 4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원전의 해외 진출을 위한 홍보·네트워크에도 114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수출 규모가 확대되는 흐름에 발맞춰 K방산 수출 펀드와 방산 수출보증을 각각 400억 원, 1조 2000억 원 신규 공급한다. 석유 유전 탐사 예산은 올해와 비슷한 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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