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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통화 정책의 전환이 이끌 채권 시장의 훈풍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2024년 상반기 글로벌 경제는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엇갈리며 다소 혼란스러웠다. 연초만 해도 물가가 둔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를 웃돌며 시장 심리를 흔들었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는 지연됐고, 한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까지 급등하면서 채권 시장에 변동성을 야기했다.

상반기 시장 변동성의 주요 원인은 통제되지 않는 물가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을 주도한 서비스 물가가 둔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를 주거비의 안정화 신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는 주택 가격을 뒤따르는 속성이 있어 향후 물가 기여도가 더 줄어들면서 인플레이션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CPI에서 주거비를 제외했을 때 물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다.

현재 물가 외에도 여러 경제 지표들이 미국 경제가 침체보다는 정상화 과정에 완만히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로나19 기간에 모아놓은 초과 저축의 상당 부분이 고갈되면서 소비자의 구매력이 줄어들고 있고, 실업자당 구인 건수도 감소 중이다. 과거 과열됐던 고용 시장의 분위기가 점차 가라앉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거시적 변화들은 앞으로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물가 지표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당분간 유지된다면, 9월 첫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총 여섯 차례의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물가가 연준의 2% 목표치보다는 높은 수준이므로, 금리는 과거보다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통화 정책의 전환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금리 인하 사이클에는 현금보다는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완화 사이클이 시작되면 초기 1년 사이에 자본 차익이 집중 실현되기 때문이다. 또한 머니마켓펀드(MMF)에 있는 약 6조 달러 이상의 자금이 금리 인하와 함께 채권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채권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다.

물론 시장에는 예기치 못한 변동성이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시점에서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대표적인 변수다.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재정 적자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단기적으로는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채 공급 대비 시장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이 또한 무난히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인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려면 국채뿐만 아니라 크레딧 채권에도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수익 채권의 경우 스프레드는 다소 좁아졌지만 약 8%대의 금리를 통해 매력적인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신용등급까지 개선되면서 고수익 채권의 가장 큰 리스크인 부도율 또한 1~2%로 낮아졌다.

글로벌 경제가 통화 정책의 변곡점에 와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시점보다는 시야를 넓혀 장기적인 완화 정책 사이클에 주목해야 할 때다. 금리 인하는 채권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미리 채권 시장에 진입해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금리 인하가 불러올 채권 시장의 훈풍을 타고 훨씬 더 나은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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