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유아동복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디올, 버버리, 펜디, 몽클레르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성장을 이끌고 있어서다. 명품 키즈 브랜드들이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국내 토종 아동복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7일 한국패션시장트렌드연감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조1281억원이다. 이는 2009년 8470억원 대비 4000억원(33%)이나 증가한 수치다. 불황으로 인해 소비가 줄면서 2022년 1조1930억원보다 시장규모가 700억원가량 감소하기는 했지만, 지난 15년간 국내 패션 시장 규모가 같은 기간 40조원에서 45조원으로 1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아동복 시장의 성장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동 의류 시장의 성장세를 이끈 것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다. 주요 백화점의 최근 5년간 아동 명품 매출 신장률이 전체 아동의류 및 용품 매출 신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현대백화점의 2021년 전체 아동 매출 신장률은 34.8%인데 아동 명품 매출은 88.5%에 육박했다. 코로나 특수가 반영된 결과로보 볼 수 있지만 이후 아동 명품 매출 신장률은 25%를 웃도는 등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압구정 본점에 '베이비 디올' 매장을 판교점에 '펜디 키즈' '몽클레르 앙팡'을 선보인 것이 매출 성장을 이끈 것으로 풀인된다. 특히 판교점은 최근 '베이비 디올' 매장도 추가로 열었다.
2022년 국내에서 키즈 명품을 최초로 선보인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세계백화점의 키즈 명품 신장률은 2021년 29%, 2022년 24%, 2023년 15%로 집계됐고, 롯데백화점은 2021년 30%, 2022년 55%, 2023년 10%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유아동복 브랜드는 지난 수십 년간 동안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로투세븐과 해피랜드, 아가방 등 국내 유아의류 기업 3사가 10년 동안 문을 닫거나 통폐합을 한 브랜드는 12개다. 출생률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때문에 토종 유아 브랜드 아가방은 오프라인 가맹점 사업을 접었다. 아가방컴퍼니는 2011년 2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실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01년 146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1년 2047억원으로 40% 정도 증가했지만 2019년에는 매출액이 1342억원(3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1800억원대로 소폭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을 비롯해 토종 브랜드들의 폐업 등으로 인한 미미한 반사효과였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가방은 현재 '아가방'과 프리미엄 브랜드 '에뜨와' 등 두 개가 주력 브랜드다. 10년 전 아가방은 대표 유아 브랜드 '아가방'을 중심으로 유럽 명품 브랜드 '엘르', 실용성 위주의 브랜드 '디어베이비'를 운영했다. 브랜드 수는 이후 더 추가됐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협업한 '에뜨와', 유아용 매트 '디자인 스킨', 수입 아동복 편집숍 '쁘띠마르숑', 유아 스킨케어 '퓨토', 임부복 브랜드 '데스티네이션 마터니티' 등 10여개의 브랜드를 운영할 브랜드 사업을 확장해왔다.
해피랜드는 브랜드를 대폭 줄였다. 지난 10여년간 '압소바' '파코라반베이비' '크리에이션asb' '해피랜드' '해피베이비' 등을 운영해왔지만 2017년 크리에이션asb는 해피랜드로 흡수 통합됐고, 파코라반베이비는 2019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위주로 재편했는데 현재 해피랜드 온라인몰에는 올라온 주력상품은 압소바와 해피랜드, 미피(MIiffy) 키즈 정도다.
아예 사업을 접는 기업들도 속속 나타났다. 제로투세븐은 2022년 8월 유아의류 시장에서 철수했다. 제로투세븐의 주요 브랜드로는 알로앤루, 포래즈, 알퐁소와 키즈 브랜드 섀르반이 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들 브랜드가 만들어낸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50%에 달할 정도였다. 제로투세븐은 국내에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중국 내 매출 비중도 12%였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해 패션사업 중단을 결정했고, 현재는 궁중 비책(매출 비중 60%)과 포장 사업(40%)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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