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285130)이 10여 년 만에 리사이클링 사업으로 페트(PET)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1969년 선경합섬으로 시작한 SK케미칼은 2000년 사업 재편 이전까지 주력 사업이 PET였다. 음료수 용기부터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 일상 전반에 쓰이는 플라스틱으로 수요가 높았지만 중국의 가격 공세에 밀리면서 정리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리사이클링 사업에 진출하면서 다시 PET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중국 사업장을 인수하며 세계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판매도 본격화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SK케미칼의 순환 재활용 PET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PET뿐만 아니라 주력 제품인 코폴리에스터도 순환 재활용 제품 판매가 증가하며 전체 판매량에서 리사이클링 제품의 비중은 2022년 2%에서 올해 1분기 6.7%로 늘었다.
순환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다시 원료로 만들어 무한 반복해 사용할 수 있는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말한다. 폐플라스틱을 세척해 다시 쓰거나 작은 크기로 잘라 사용하는 물리적(기계적) 재활용 방식에 비해 고품질의 물성과 안정성을 지속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석유 기반의 기존 PET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해외 수출에 유리하다.
SK케미칼은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고부가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2020년대부터 리사이클링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PET를 순환 재활용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3월 중국 그린 소재 전문 업체 슈에의 자산을 1300억 원에 인수했다. 이곳에서는 연간 5만 톤 규모로 순환 재활용 PET를 생산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순환 재활용 PE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식음료부터 모빌리티까지 다양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물성 테스트 및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삼다수 생수병을 시작으로 2023년 오뚜기 소스 용기, 소노프레스 LP판, 올해 3월에는 한국타이어에 순환 재활용 PET를 공급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전통주 업계 최초로 국순당과 순환 재활용 용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재 물성 검증을 마쳐 이르면 올 3분기부터 국순당 수출 제품에 순환 재활용 PET가 적용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이 상용화될 경우 SK케미칼의 리사이클링 사업에도 의미 있는 실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은 주력 사업인 코폴리에스터도 순환 재활용 제품의 판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슈에 공장에서는 순환 재활용 코폴리에스터의 원료가 되는 r-BHET도 연간 7만 톤씩 생산 가능하다. 이를 통해 2030년 리사이클링 제품 판매 비중을 100% 높이겠다는 목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물리적 재활용 제품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슈에 공장의 기술 및 공정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생산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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