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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규제' 신의료기술평가, 혁신 발목 잡는다

식약처 허가 제품 다시 평가

국내 의료기업 통과율 23%

예외·유예제도 활용도 미미





인공지능(AI) 등 혁신 의료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신의료기술평가까지 받아야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한 현재 제도가 ‘이중규제’로 업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일단 시장에 출시해 임상 데이터를 수집한 뒤 평가 받는 방식으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8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새로운 의료 기술의 안전성 및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이미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을 다시 평가한다는 점에서 이중규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의료기술평가에 계류 중인 제품과 기술의 판매·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입법조사처는 “개발사 측의 투자비용 회수 기회를 제한해 엄청난 비용 부담이 된다”며 “기존에 없던 혁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는 모험이 되고 결국 비용 회수가 쉬운 기존 제품을 답습하는 선택을 하게 되므로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신생 기술의 임상적 근거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신의료기술평가의 체계적 문헌 고찰 방식은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혁신 의료 기업의 신의료기술평가 통과율은 23%로 글로벌 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8년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도입해 조건부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으나 해당하는 기술은 제한적이다. AI, 3D프린팅, 로봇 등을 활용한 기술 중 정부가 지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임상에서 사용 가능하다.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활용해 시장에 진입해도 기업은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연구개발(R&D) 비용 대비 낮은 수가가 책정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의료 AI 영상 분석 서비스의 경우 매번 환자·보호자의 동의를 받는 절차가 까다로운 것도 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의료 AI 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에 임시 등재되면 환자·보호자 동의가 필수인데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 의료기관이 서비스 활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형식이나 절차가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외로 마련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활용도 미미하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2년 유예해 의료 현장에서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2015년 9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신청은 5건에 불과했고 2개만이 실제 유예를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 ‘기존에 없던 의료행위’로 분류돼야만 평가 유예 대상이 되는 만큼 기업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를 고려해야 제도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며 “제품을 만들어놓고 바꿀 수는 없으니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의료기기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면 일단 비급여로 시장에 선진입하도록 하고 사용 과정에서 안전성·유효성 데이터를 충분히 쌓은 뒤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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