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의 갱신신고가 시작됐지만 이를 포기하려는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규정한 가상자산 사업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사업자가 늘면서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디센터 취재에 따르면 VASP 갱신신고를 포기하는 사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 VASP를 취득한 블록체인 기업의 A대표는 “원화 거래소를 제외하면 갱신신고를 준비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자사도 갱신신고 준비는 완료했지만 조금 더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사업자들이 갱신신고에 소극적인 이유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 때문이다. A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은 거래소 외에도 운용, 판매소, 스테이킹(예치) 등 다양한 산업으로 분화 중”이라며 “VASP 관련 규정은 너무 오래 전에 마련돼 다양한 산업을 수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1년 제정된 특금법은 사업자가 영위할 수 있는 사업으로 거래소와 같은 중개업, 커스터디(수탁), 지갑 등 일부 서비스만 명시해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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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규제로 VASP 라이선스가 오히려 신사업의 걸림돌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5일 디센터와 인터뷰한 국내 최장수 블록체인 기술 기업 씨피랩스의 어준선 대표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VASP 라이선스를 받는 순간 거래소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 은행 계좌를 만들지 못하고 병역특례 업체 지정도 어려워 갱신신고를 안 할 예정”이라며 “기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고, 산업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에 VASP를 취득한 일부 기업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추세다. 페이코인(PCI)을 활용한 국내 결제 사업을 계획했던 페이프로토콜은 지난해 은행의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VASP 변경 신고에 실패하자 싱가포르, 두바이 등으로 눈을 돌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해외에 모두 지사가 있는 기업들도 최근 해외 쪽에 노력을 쏟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런 흐름이 결국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현재 거래소와 같은 매매·중개나 커스터디 서비스 중에서도 (규제 준수를 위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만 살아남았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서 일부 사업자만 추려 관리 효율성을 도모하려는 것일 수 있지만 시장 진입·활성화 측면에선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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