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올 상반기 재무제표에 반영한 법인세 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잠재적으로 납부해야 할 법인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코스피200 상장사 가운데 지주회사를 제외한 국내 주요 업체 170곳(4대 은행 포함)의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상반기 법인세 비용(개별 기준)은 총 14조 40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6조 1532억 원)보다 2.3배 증가한 액수다.
기업들이 법인세 부담을 회계상 장부에 표시해놓은 것이 법인세 비용이다. 다만 업체가 중장기적으로 부담하거나 공제받을 수 있는 법인세액(이연법인세)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실제 납세액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반기 법인세 비용이 늘어났다는 것은 내년도 법인세수에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정부도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국세수입 전망치를 382조 4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보다 15조 1000억 원(4.1%) 증가한 수치다.
업체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법인세 비용은 지난해 1280억 원에서 올해 1조 6039억 원으로 12.5배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손익이 –7조 6069억 원에서 9조 2299억 원으로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비용도 1조 208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조 9811억 원 증가했다. 현대차의 법인세 비용 역시 9514억 원에서 1조 4203억 원으로 49.3% 늘어났고 기아(6.1%)와 현대모비스(37%) 또한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봐도 코스피 기업 709개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네 배 늘어난 59조 2325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향후 세입 여건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만 해도 상반기 법인세 수입이 전년 대비 16조 1000억 원 급감한 30조 7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올해도 20조 원대의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적자 기업의 이월결손금 규모와 반도체 경기, 반도체 외 산업의 경기 회복 속도에 따른 세입 여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좋지 않은 중소기업 경기도 고려 요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약 100만 개 수준의 비상장 중소기업에서 얼마나 법인세를 낼지가 변수”라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흐름상 내년 법인세수가 올해보다는 나을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이후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세수 요건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