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사업구조 재편과 맞물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을 전격 교체하며 쇄신에 고삐를 쥐었다. 사실상 승계 구도를 굳힌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과 에너지 등 주력 사업에 이어 신사업을 담당하는 투자형 지주회사의 지휘봉까지 잡으며 그룹 내 영향력을 한층 더 키우게 됐다.
한화는 29일 한화오션(042660) 등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교체를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한화솔루션(009830)·여천NCC 등 3개사 대표를 교체한 데 이어 두 달 새 11곳의 계열사 수장이 바뀐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업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핵심 경영진을 재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이번 인사로 세대교체를 통한 사업 전환의 가속화, 시장 내 선도 지위 확보 추구, 성과 중심 인사를 통한 조직 긴장감 부여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사는 신임 대표이사 책임하에 최적의 조직을 구성해 내년 경영 전략을 조기에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실행해나갈 계획이다.
그룹의 신사업 발굴에는 김 부회장이 직접 나선다. 한화임팩트 투자 부문의 대표이사를 맡아 석유화학 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 및 신규 투자처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미래 혁신 기술 등 전략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시장 공략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한화임팩트는 2021년 사명 변경과 함께 바이오·수소 등 신사업 분야 투자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투자형 지주회사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합병(M&A)에만 4000억 원가량을 투자했고 선박용 엔진 기업인 HSD엔진 인수에도 나선 바 있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2대 주주인 한화에너지 자회사로 승계 작업을 위한 핵심 계열사로 분류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임팩트의 투자와 성과는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 상승과 직결되는 만큼 김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 신임 대표이사에는 김희철 한화에너지 및 한화임팩트 대표가 내정됐다. 김 대표는 2015년 한화와 삼성 간 석유화학 사업 ‘빅딜’을 주도하고 한화토탈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안정화와 실적 개선을 이끈 바 있다. 한화큐셀 대표이사 시절에는 태양광 사업 재편도 단행했다. 한화의 주요 사업을 두루 거친 핵심 브레인으로 한화오션의 성장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한화시스템(272210) 신임 대표이사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대표가 겸직한다. 손 대표는 한화지상방산·한화디펜스 대표 등을 거친 방산 전문가다. 호주·폴란드·중동 등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K방산’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이번 인사로 방산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는 물론 한화시스템의 해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너지 신임 대표이사에는 이재규 한화에너지 기획실장이 내정됐다. 에너지 사업 분야 경험과 글로벌 전문성을 통해 한화에너지를 미국 내 톱티어 개발 업체로 견인할 예정이다.
한화임팩트 사업 부문 신임 대표이사로는 문경원 한화임팩트 PTA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석유화학 분야 전문가로 PTA 사업 수익성 제고와 신규 사업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파워시스템 신임 대표이사에는 이구영 전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대표가 자리한다. 이 대표는 한화큐셀 미국법인장,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대표, 큐셀 부문 대표를 역임하며 그룹의 해외 사업 확장을 주도해온 글로벌 전략 전문가다. 성공적인 글로벌 사업 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한화파워시스템의 압축기·가스터빈 등 에너지 장비 해외시장 확대와 선박 솔루션 사업을 이끌 예정이다.
한화모멘텀 신임 대표이사에는 류양식 한화모멘텀 이차전지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생산 기술 엔지니어 출신으로 2차전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성장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는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경영총괄이 맡는다. 다양한 투자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PE 및 벤처캐피털 전문 운용사 설립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로의 도약을 이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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