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관심이 배당금 지급 기업 등 밸류업 수혜주에 쏠리고 있다. 국내 증시 반등 기회로 여겨지던 엔비디아의 올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영향이다. 미국 경기 둔화와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올 하반기 들어 좀체 예측하기 힘든 장세가 계속되자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종목들을 사들이며 숨 고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상승세가 꺾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내다보며 반도체 업종 투자 비중 확대를 권하기도 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55포인트(1.02%) 하락한 2662.28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상황 속 투자자들은 배당 종목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수익률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해 주당 배당금 1만 원 지급과 내년부터 매년 총주주환원율(TSR) 35%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주주 환원을 공언한 현대차(005380)그룹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기관투자가는 이날에만 기아(000270) 주식을 35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에 기아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1.91% 올랐다. 개인과 외국인투자가는 현대차 주식을 각각 21억 원어치와 475억 원어치 사들였다. 우선주들도 상승 흐름을 탔다. 현대차우(005385)·현대차2우B(005387)·현대차3우B 모두 전 거래일 대비 각각 5.68%, 7.37%, 6.52% 오르며 선방했다.
대표적인 현금 배당 업종으로 분류되는 금융과 보험 업종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날 하루에만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생명(032830) 주식 총 27억 원 어치를 사들이며 주가를 전 거래일 대비 0.52% 끌어 올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에 나선 삼성화재(000810)와 삼성화재우(000815)도 전날보다 각각 1.03%, 1.90% 상승했다.
배당금과 배당 성향 모두 지난해 대비 올린 KB금융(105560)도 전일 대비 1.28% 상승했다. 주주 환원율이 높은 금융 업종 중에서도 압도적인 총주주환원율을 보이는 메리츠금융지주(138040)도 전 거래일 대비 0.43% 소폭 상승했다.
올해 2055억 원 규모의 주당 1만 원 현금 배당 지급 계획을 발표한 고려아연(010130)도 장바구니에 들어갔다. 기관투자가는 이달 7일부터 이날까지 16거래일 연속 고려아연 주식을 91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에 고려아연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3%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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