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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PS가 뭐길래? 현금성 자산 3100억 '오늘의집'이 자본잠식

RCPS, 현금으로 상환 가능한 우선주

하지만 상법 등으로 상환 까다로워

실제 상환권 행사하는 투자사 드물어

오늘의집 "재무 건전해 정산 문제 없어"

상환전환우선주를 제외했을 때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의 유동부채 및 유동자산. 사진 제공=버킷플레이스




인테리어·생활용품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가 9월부터 정산 주기를 ‘2영업일’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그 배경으로는 ‘회계상 착시’와 최근 불거진 ‘티메프 사태’가 꼽힌다. 버킷플레이스는 2022년 5월 2300억 원의 투자를 받는 등 대규모 자금을 투자 기관으로부터 조달해왔는데 이때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회계상으로 전부 부채로 기록되면서 일각에서 자본 잠식 우려를 낳았다. 여기에 티몬과 위메프 등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의 미정산 사태가 불거져 오늘의집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자 관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정산 주기를 앞당기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29일 서울경제신문에 “최근 티메프 사태가 터지며 오늘의집 플랫폼 내 셀러(판매자)도 동요하는 분위기가 있엇다”며 “오늘의집이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산 주기를 앞당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늘의집 플랫폼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자본 총계가 ‘-7988억 원’이다. 자본 잠식 규모가 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있는 것인데 다수의 회계 전문가에 따르면 이는 버킷플레이스가 사업 성장 과정에서 유치한 투자에 따른 회계상 착시에 가깝다. 버킷플레이스는 2014년 설립 이후 규모를 키우며 약 3200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고 이때 투자자에게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가 모두 부채로 잡혀 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상환권과 전환권이 모두 부여된 우선주를 뜻하는 단어로 이를 가진 투자자는 발행 회사(피투자회사)가 배당 가능한 이익을 내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현금으로 상환받을 수 있다. 투자자가 언젠가 현금 상환 요구를 할 수 있는 주식이기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상환전환우선주를 부채로 처리한다. 투자 시점보다 현재의 기업가치가 높을 경우 부채로 계산되는 상환전환우선주의 회계상 가치 또한 높아지게 되는데 현 기업 가치가 약 2조 원으로 평가되는 오늘의집의 경우 투자 유치 자금보다 많은 약 7398억 원이 유동상환전환우선주 및 유동파생상품 부채로 잡혀 있다.



하지만 상환전환우선주는 상법 제345조 등에 따라 배당 가능한 이익이 있어야 현금으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등 상환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상환권을 행사하는 투자자는 드물다. 벤처캐피털(VC) 등 투자 기관은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주식 판매에 따른 차익 실현을 목표로 자금줄을 대는 것이 보통이기에 상환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하에서는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본다. 버킷플레이스는 K-IFRS를 기준으로는 자본 총계가 -7946억 원이지만 K-GAAP을 기준으로는 자본 총계가 2243억 원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은 보편적인 일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신규 스타트업 투자의 73.4%가 우선주 발행 방식으로, 이 중 대부분이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한 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이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주 전환이 완료된 상환전환우선주는 K-IFRS와 K-GAAP 기준 모두 자본으로 본다.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버킷플레이스가 당장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 자산은 3110억 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391억 원, 단기금융상품(정기예금)이 1719억 원으로 미래 현금 흐름을 앞당겨 썼다는 의혹을 받는 티몬, 위메프 등과는 재무 구조가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버킷플레이스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직후인 이달 2일 675억 원 규모의 판매자 정산 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등 관련 우려를 털어내는 데 나섰지만 여전히 일각에서 우려가 있었다”며 “일 단위로 정산을 앞당겨 시장 내 혼란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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