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박재현(사진) 한미약품 대표가 독자 경영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30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직 와해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독립 경영 통해 한미약품의 가치를 높여 주주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28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가 박 대표를 전무로 강등 인사 조치한 후 본인이 직접 밝힌 첫 공식 입장이다.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에서 하는 관리의 95%가 한미약품 일인 만큼 관계를 한 번에 끊어낼 수 없다” 며 “한미약품 경영·개발 관련 필요시 지주사와 상의하되 인사·평가 등은 독자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인사와 법무 등을 대행하며 일정 수수료를 받아왔다.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측에 한미약품의 독립 경영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끌려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며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인사 개입과 관련해 시정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박 대표의 서명 없이 인사가 이뤄진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분리 경영을 일방 통보받았다는 임종훈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임 대표가 ‘분리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존중한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 앞뒤가 안 맞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으로 구성된 ‘3자 연합’은 여전히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 대표가 주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한 만큼 대주주들의 목소리도 경청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에 인사·법무 조직을 신설하며 독자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박 대표는 “추가 부서 신설 계획은 아직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오너가 회사의 모든 결정을 독점하는 좋지 않은 사례를 만든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3월 주주총회 이후 주춤했던 한미의 신약개발 기조를 다시 복원할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