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야권에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세대 간 보험료 차등 인상과 연금 급여를 인구·물가 등 거시경제 지표와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는 사실상 급여를 깎는다는 것이다. 세대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 적용에 대해서는 세대간 차별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 안정성 확보에 개혁의 방점을 찍은 반면 야당은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제22대 국회에서의 연금 개혁 작업이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 “한마디로 국민들에게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으라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동 안정화 장치가 도입되면 급여액이 삭감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진 의장은 “(윤 대통령의 방향은) 국민연금의 본질과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청년·중장년 간 보험료 차등 인상의 경우) 세대 간 차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민연금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는 미래 세대에 혜택을 조금 더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올해 보험료율을 높이더라도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기존에 납부한 보험료율은 낮았던 데 비해 청년 세대는 가입 기간 내내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취지다.
여야는 연금 개혁 논의 방식을 두고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출범 초기부터 여야 동수의 연금개혁특위 설치를 요구하며 박수영·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을 공동 간사로 하는 당내 특위를 운영해왔다. 민주당은 보건복지부 내부에 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기구를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도 “국민연금 소관 상임위는 보건복지위”라며 “특위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달 4일 연금 개혁 정부안이 제시되면 여야가 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실무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쉽게 결론이 도출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의 경우 기초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 등으로 보완하고 재정 건전성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윤 대통령도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퇴직연금이 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퇴직연금 보험료율은 8.33%로 국민연금(9%)에 못지않지만 수익률이 너무 낮아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화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기준 퇴직연금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1.93%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같은 기간 약 5% 수준인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보다 낮은 것은 물론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이렇다 보니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1.7%에 그치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를 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2028년 기준 40%)의 30%에 불과하다. 이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퇴직연금제도의 수익률을 3%포인트만 올려도 소득대체율은 20.2%까지 상승한다. 국민연금의 실질대체율 31.2%과 합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57.6%)에 근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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