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6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공적개발원조(ODA)지만 대중의 관심은 크지 않다. 예산이 국내에 집행되지 않고 국민 세금으로 개발도상국을 도와주는 것이다 보니 “그 돈으로 차라리 국내 취약 계층을 지원하라”는 말이 항상 따라 붙는다.
하지만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64주년 기획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라오스·동티모르·이집트·아제르바이잔 등 세계 각국의 ODA 현장을 찾아간 결과 현실은 달랐다. 우리가 이집트에서 난민에 대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데 교육에 참가한 한 수단 출신 여성은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한국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설립부터 교사 연수까지 지원한 베트남 박장성 한베기술대의 응우옌꽁통 총장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처럼 되는 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ODA는 현지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고양할 뿐 아니라 손에 잡히는 경제 성과도 창출하고 있다. ODA 중 유상 원조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덕분에 유럽과 일본 업체의 독무대였던 이집트에서 현대로템은 6억 5600만 달러(약 8700억 원)의 전동차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한 ODA로 터를 닦은 덕분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9000개에 달한다.
물론 ODA의 문제도 적지 않다. 올해 예산은 46개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고 사업 수도 1976개로 2000개에 육박한다. 당연히 중복되는 사업이 있을 수밖에 없다.
ODA 중 무상 원조를 전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인력의 해외 파견에도 한계가 있어 한 사람이 현지에서 여러 사업을 동시에 관리하는 형편이다. 사후 관리와 유망 사업 발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원 규모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총액은 지난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31개국 중 14위를 차지했지만 경제 규모 대비 ODA 지원 규모를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은 0.18%로 28위에 머물렀다.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저성장 우려가 많다. 이렇다 할 신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고 저출산 고령화로 국가 재정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ODA를 통한 신시장 개척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중 중국으로 향한 것의 비중은 19.7%, 미국은 18.3%인 반면 14억 인구의 아프리카는 1.4%, 중동은 3.0%에 그쳤다. ODA를 통해 아프리카 등으로 기업 진출과 수출 확대의 기틀을 다질 수 있다.
기존 정책만 관성적으로 해서는 저성장 추세를 반전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침 정부도 하반기에 ODA 혁신 로드맵을 마련한다고 하니 제대로 된 개혁 방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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