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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명장’ 두명 뿐…전승자 찾아 전통 이을 것”

◆전영인 국가무형유산 망건장

할머니 이후 3대째 전통 이어가

손베틀 작업부터 관자 달기까지

완성하는데 꼬박 한 달이나 소요

망건은 삶의 휴식처이자 동반자





조선시대 남성들은 머리를 길게 길렀고 장가를 들거나 성인이 되면 긴 머리카락을 모두 올려 빗어 정수리 위에서 감아 매는 상투를 틀었다. 이때 상투를 튼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게 이마에 ‘망건’이라는 머리띠를 두른다. 지금은 상투를 트는 남성이 없으니 망건에 대한 수요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통 의관 중 하나인 망건 제작의 명맥을 잇는 이가 있다. 바로 전영인(55·사진) 망건장(網巾匠)이다. 망건장이란 망건을 만드는 장인(명장)을 뜻한다.

최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국가무형유산(옛 국가무형문화재) 망건장 보유자로 인정받은 전 명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할머니·어머니에 이어 망건장 보유자로 인정받아 기쁘면서도 어깨와 마음이 무겁다”며 “할머니와 어머니의 명예로움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앞선다”고 말했다.

제주시에서 출생해 줄곧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망건을 만들면서 어린이집 교사 일도 함께 하고 있다. 3대째 망건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전 명장은 외할머니인 고(故) 이수여 명장과 어머니 강전향 명장에게서 어릴 때부터 망건 제작 기술을 배웠다. 망건의 주재료는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털)인데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말 사육을 많이 해 말총 공예가 발달했고 망건은 한때 제주 여성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다.

전 명장은 “요즘은 제주에서 망건을 짜는 사람이 많지 않고 망건장은 국내에 어머니와 나 2명뿐”이라며 “할머니와 어머니는 평생 망건 짜는 일을 해왔는데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두 분의 모습을 닮고 싶다”고 했다.



전영인 명장이 제작한 망건.


40년 가까이 망건을 만들고 있는 전 명장은 망건 제작은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고된 작업이라고 했다. 망건이 작고 화려하지 않아 간단해 보이지만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손베틀을 이용해 짠 편자를 망건골에 묶어 고정시키고 작은 바늘에 말총을 끼워 앞뒤 바닥을 짠다”며 “이후 이 작업물을 뜨거운 물에 넣어 삶고 말린 후 당줄과 명주천으로 감싸 관자를 달아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중간에 실수가 있으면 모두 뜯어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한다. 전 명장은 “망건 한 개를 제작하는 데 나와 어머니처럼 숙련된 사람이 작업해도 한 달 정도 걸린다”며 “이처럼 작업 과정이 어렵다 보니 간혹 망건에 관심을 갖고 배우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도에 포기한다”고 전했다.

지금은 망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어 전 명장과 어머니가 만든 망건은 판매되지 않는다. 국가무형유산은 인증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결과물을 국가유산청에 제출해야 하며 이때 국가유산청이 한 작품을 구입해주는 게 전부라고 한다. 전 명장은 “매년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은 국가무형유산의 가장 큰 의무 중 하나이고 이런 것을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잘 알고 있다”며 “이번에 나도 국가무형유산이 됐으니 이런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더욱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에게는 국가유산청에 작품을 제출하는 것 외에 또 한 가지 의무가 생겼다. 망건 제작 전승자를 찾는 것이다. 지금은 딸과 조카가 망건 제작을 배우고 있는데 정확히는 어머니의 제자라고 한다. 전 명장은 “망건장 보유자가 돼 전승 활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제자를 발굴하고 교육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선하고 욕심이 없으면서 전통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에게 재능을 나눠주고 싶다. 제작자의 선함과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의식이 망건에 잘 표현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망건과 같은 우리의 전통 기술이 계속 후대에 이어지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또 전통 기술을 가진 이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그에 대한 대가도 주어지면 좋을 것”이라는 바람도 나타냈다.

“망건은 이제 제 삶의 휴식처가 됐습니다. 힘들 때 망건을 짜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저 역시 전통 기술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망건을 짜면서 망건과 친구처럼 지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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