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종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철강 업종 역시 자율적 구조조정의 사정권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업종 또한 중국산 저가 공세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데다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9%로 사상 처음 중국(49.7%)에 역전당했다. 한국이 OLED 같은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에서 유지하던 경쟁 우위까지 중국에 빼앗긴 셈이다. 한국은 2020년 글로벌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이 36.8%로 중국(36.7%)에 앞선 것을 끝으로 세계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한중 간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는 중국이 47.9%를 기록하며 한국(33.4%)을 크게 따돌렸다. 특히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는 사실상 중국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게 됐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일본 샤프 역시 최근 TV용 LCD 생산을 종료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또한 2022년 LCD 분야에서 철수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도 2022년 국내에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유일하게 남아 있던 중국 광저우 공장까지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LCD 시장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OLED 기술까지 추격해 한국을 위협할 것”이라며 “정부가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구조 개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철강 업종 역시 철근재 중심으로 자율적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대(對)한국 철강 순 수출액은 2022년 28억 달러에서 지난해 37억 달러로 32% 늘었다. 중국 업체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마저 잠식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특히 건설 현장에 주로 쓰이는 철근의 재고량은 급격히 늘고 있어 생산량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정상 가격 이하로 후판을 수출하면서 국내 철강 업체의 타격이 상당하다”며 “일부 업체는 공급과잉을 견디다 못해 기계식 휴대폰 키패드용 동판 생산에서 스테인리스 특수 합금 강관 개발로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 역시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및 수요 부진, 탄소 중립 및 각종 무역장벽으로 국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철강을 대상으로 한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지속적으로 심화해 국내 철강업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