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공급과잉에 직면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최근 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공급과잉 유형에 대한 판단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여천NCC와 효율적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 중인 LG화학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상 공급과잉 유형에 대한 판단 기준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장기 10년, 단기 3년 실적을 기준으로 과잉공급 업종을 판단했는데 20개 분기와 4개 분기를 비교하는 방식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최근 10년과 3년을 비교하는 기존 방식이 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2월 기준 국내 석유화학 업종의 월별 생산지수는 2017년 3월(13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62.6)까지 떨어졌지만 2021년 ‘반짝 실적’으로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양호하게 나타난 바 있다.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기준 시점이 지나치게 길어 이 같은 ‘착시 현상’이 생긴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이번에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다만 무분별한 사업 재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영업이익률 감소 기준은 상향했다. 기존 15%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높인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잉공급 업종 판단 기준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석유화학 업종은 판정 기준 개선 이후 과잉공급 위기 업종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르면 이달 열리는 ‘2024년 3분기 사업재편심의위원회’에서는 일부 사업 재편 계획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1년 4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여천NCC를 비롯한 나프타분해공장(NCC)이 주된 사업 재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가운데는 LG화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현재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사업 위주로 재편 중인 만큼 사업재편심의위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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