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 프로젝터 시장의 테스트마켓입니다. 스크린골프 같은 한국만의 문화가 해외로 확산됨에 따라 엡손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됐죠.”
타카소 토모오(사진) 세이코엡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서울 광진구 본다빈치뮤지엄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시장은 매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중요성은 남다르다”며 이 같이 말했다.
엡손은 전 세계 프로젝터 시장에서 50.9%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젝터 매출만 연간 2조 원에 달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업무 확산으로 시장이 변화하면서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유행과 신기술 수용이 빠른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글로벌 매출에서 한국의 기여도가 2%에 불과하지만 C레벨 임원이 마케팅 전략 발굴을 위해 직접 방한한 이유다.
특히 타카소 COO는 한국의 스크린골프 문화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은 눈에 띌 만큼 스크린골프가 성행 중이고 이것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며 “최근 베트남에도 한국 사업자들이 진출하는 등 스크린골프가 해외에서도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엡손은 한국에서 스크린골프용 프로젝터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전체 프로젝터 매출의 30%가 스크린골프 분야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엡손은 한국에서 축적한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크린골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타카소 COO는 K팝과 미디어아트의 해외 확산력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한국 창작자와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면서 “이머시브(몰입형) 공간 연출 등 공연·예술용 프로젝터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엡손 역시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타카소 COO는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제품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다운타임(오류시간)을 줄이거나 선제적으로 보수하는 등 사용자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나갈 계획”이라며 “별도의 AI 조직을 두고 제품 생산 효율화와 서비스 고도화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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