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자금 조달이 필요한 국내 혁신 기업들과 투자자들을 연결해 주는 국내 크라우드펀딩(온라인 소액투자중개) 사업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투자자 참여가 줄며 중개 회사도 처음 시작 대비 절반으로 감소해 개선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 사업을 자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이 2016년 6월 금융위 인가를 받아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일이다. 올해에만 우리종합금융,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와디즈파이낸스 등 네 곳이 중개업 자격을 포기했다. 증권사 등 금융권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도 IBK투자증권 단 1곳만 남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크라우드펀딩 시장 침체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크라우드펀딩 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창업 후 7년 이내 혹은 프로젝트성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 △비상장 중소기업 △금융·보험업, 부동산업, 주점업 제외 등 요건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모두 충족하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스타트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 사업의 내림세는 수치로도 확연히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투자자 수는 총 3838명이다. 사업 시작 후 연간 투자자 수가 가장 높았던 2019년(1만 8344명) 수치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투자 금액 역시 하락세다. 올 들어 이날까지 총 펀딩 발행 금액은 137억 원으로 가장 높았던 2019년(390억 원)과 비교하면 35% 수준에 불과하다. 중개 건수 자체도 저조한 상황이다. 올 들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가 중개를 맡은 거래는 지난 6월 IBK투자증권이 ‘긴꿈’을 대상으로 진행한 1건에 그치고 있다.
금융위도 해결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금보다 규제를 완화하여 투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 가능한 기업 범위를 확대하고 중개 외에 겸업을 허용하는 등 중개업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연간 투자 한도도 기존 대비 2배 늘리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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