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도세가 거세진 영향에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도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부족해 횡보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증시 쇼크를 불러일으켰던 미국 고용보고서 등 지표의 결과에 따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불안요소로 남아있는 상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코스피는 일주일 전인 23일 2701.69포인트보다 27.38포인트(1.01%) 내린 2674.31포인트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8월 한 달 기준으로 2.33% 하락했다. G20 국가 중 코스피보다 하락률이 큰 국가는 전쟁 중인 러시아(-13.18%)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튀르키예(-8.03%) 뿐이었고 중국(-1.42%)보다 나쁜 성적표를 기록했다. 지난주 코스닥지수 역시 773.26에서 767.77로 5.6포인트(0.72%) 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2억 178억 원을 순매도했다. 달러 약세 및 원화 강세에 환차익 목적의 매도세가 다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 2363억 원, 6573억 원씩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만 2936억 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외국인은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일주일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 298억 원어치 팔았고 SK하이닉스도 792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증시 상승을 위한 마땅한 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엔비디아 실적 발표로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증시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매출액과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매출 총이익률이 2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매도세가 집중됐다.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으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주 예정된 미국의 물가‧고용지표의 향방에 따라 지수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매달 초 미국의 경제지표 중 가장 먼저 발표되는 8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3일(현지 시간) 나온다. ISM 제조업지수는 각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설문조사해 제조업 업황의 호황, 불황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50을 기준으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아래는 경기 불황을 의미한다.
6일(현지 시간) 발표되는 고용보고서도 중요한 이벤트로 꼽힌다. 두 지표 모두 8월 초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심화시켜 글로벌 증시의 폭락을 주도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두 지표의 결과에 따라 고용 및 경기의 완만한 둔화세를 확인할 경우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실업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등 지표들이 경기침체의 가속화를 가리킬 경우 8월 초만큼은 아니더라도 증시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지수가 박스권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인하 관련 변동성 확대 여지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및 방어적 접근을 추천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수출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미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은 한국 기업의 실적 부진 우려를 다시 부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2600~2720포인트로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했는데, 이는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 조정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현재 AI 분야의 다음 이벤트는 아이폰16을 기점으로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가 이뤄질지 여부인데, 애플의 인텔리전스 핵심 기능은 10월이나 돼야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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