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그룹 창업주 장남인 임종윤 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 부결로 박재현 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를 고려할 때 예견된 결과로도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미약품이 천명한 독자 경영도 당분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임종윤 사내이사를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했으나 부결했다. 임 이사 측 제안으로 올라온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교체 및 동사 선임 안건도 부결됐다. 이날 이사회는 임 이사를 비롯해 박 대표 등 이사진 10명이 모두 참석했다.
박 대표가 이사회 결과 직위를 유지함에 따라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 행보도 힘을 얻게 됐다. 그는 지난달 한미약품에 인사팀, 법무팀을 신설하며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종속회사가 아닌 ‘한미약품만의 독자적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한미사이언스 인사팀 관할로 인사발령을 내 왔다. 박 대표는 모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대표적인 인물로 올 초 임주현 부회장이 승진할 때 함께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 발탁됐다.
한미약품은 앞으로 독자경영을 위해 필요한 여러 부서들을 순차 신설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이사이자 감사위원장인 김태윤 사외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한미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경영을 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비전”이라며 “안정적 경영을 이루고 거버넌스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면에서 이사회 결의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을 보면 전체 이사진 10명 중 박 대표 포함 6명이 현재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임 이사의 대척점에 있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있을 때 선임한 이들이다. 여기에 올해 초 정기주주총회 당시 형제 측 손을 들어줬던 신동국 한양정밀회장이 모녀와 ‘3자 연합’을 결성함에 따라 현 이사회 구도는 7대 3이다.
다만 형제 측이 이번 결정에 불복하며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임종윤 이사는 이날 이사회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중도퇴장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사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만큼 임시주주총회 등의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본인이 운영하는 코리그룹의 북경한미약품과 의약품 유통을 끊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진과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시주주총회는 발행주식 총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청구할 수 있으며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다.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이사를 해임하려면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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