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청주 상당구 ‘성안길.’ 오전 10시 개점 시간에 맞춰 올리브영 청주타운 문이 열리자마자 수십 명의 인파가 매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부와 대학생 커플 등이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 입구 주변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해야 했을 정도다. 매장 관계자는 “지역 축제와 ‘올영세일’까지 겹쳐 오픈 직후 3일 동안 7000명의 고객들이 매장에서 결제했고, 방문자 수는 그보다도 많았다”고 전했다.
83일 간의 리뉴얼 공사를 거쳐 지난달 30일 재개장한 후 사흘째를 맞은 이날 방문한 올리브영 청주타운에서는 재개장을 기다린 인근 주민들의 갈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 1·2층을 합쳐 490㎡(약 148평)였던 면적은 두 배에 가까운 942㎡(285평)로 늘어났다. 비수도권에선 광주와 대구에 있는 타운형 매장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올리브영 청주타운은 재개장과 함께 청주를 넘어 충북 전역에서 소비자들을 불러 모을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매장 문을 들어서자 마자 색조와 럭셔리 화장품부터 눈에 들어오도록 매대를 꾸렸다. 곳곳에 숏폼을 재생하는 스크린을 걸고 올리브영 최초로 ‘퍼스널컬러 셀프 진단 기기’도 들여놨다. 리뉴얼 작업에 참여한 김수빈 CJ올리브영 충청영업팀 지역매니저는 “젊은 방문객이 많은 상권 특성에 맞춰 1020세대 고객을 겨냥했다”면서 “전반적으로 지방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매장 규모와 배치”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효율적인 매장 설계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올리브영 청주타운은 배송기사와 고객들의 화장품 픽업 동선을 분리한 첫 매장이다. 쾌적한 근무를 위해 직원들의 사무실이자 휴게 공간인 ‘백룸’에 전체 면적의 3분의 1 가량을 할애하기도 했다. 매장 직원들의 작업이 수월해야 고객에게도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매니저는 “충북 지역은 올리브영이 운영하는 도심형물류센터(MFC)가 없다”면서 “청주타운이 향후 이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물류 공간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주말 사이 올리브영 청주타운의 설계를 살펴보려는 다른 지역 직원들의 답사도 이어졌다.
올리브영 청주타운이 자리잡은 성안길은 과거 패션 거리를 중심으로 번화가로 손꼽혔던 곳이다. 예로부터 청주 읍성이 위치해 성안길이란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역사도 깊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선 백화점과 아웃렛에 고객을 빼앗기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날 둘러본 성안길은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곳곳에 ‘임대 문의’ 광고가 줄지어 붙어 있었다. 매장이 연이어 폐업하면서 방치된 건물 벽면에는 의류 할인 행사를 알리는 2000년대 포스터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지역 상인들은 청주타운 리뉴얼이 이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올리브영처럼 확고한 콘텐츠를 가진 매장들이 들어서야 성안길이 다시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안길에서만 39년간 여러 가게를 운영했다는 홍경표(65) 상인회장은 “주말 동안 사람들이 줄지어 이 거리를 드나드는 광경을 몇 시간씩 지켜봤다”면서 “우리 상권이 살아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