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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K창업정책의 민낯


“내년 예산 나올 때까지 연구개발(R&D) 중단하고 사업도 축소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창업 지원 사업인 팁스(TIPS) 지원금 중단으로 위기에 빠진 A 대표는 최근 팁스 공식 운영 기관에 후속 지원책을 문의했다가 이 같은 말을 들었다. 지원금 전면 중단은 사전에 예고되지 않았던 만큼 보완책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극한의 구조조정에 나서라’는 조언(?)뿐이었다. A 대표는 연구개발 자금이 들어오는 줄 알고 연초에 채용한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을 검토 중이다.

팁스는 어느덧 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부의 대표 창업 지원 사업이다. 민간투자사가 초기 기술 기업에 선투자하면 정부 자금을 매칭(최대 5억 원)한다. 민관이 협력하는 독특한 구조로 전 세계 주요 국가로부터 창업 정책의 롤모델로 불렸지만 이제는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모든 부처에서 연구개발 예산이 일괄 삭감된 만큼 팁스 예산 축소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들은 후속 대책 마련에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실제로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령 정부에서 팁스 선정 기업에 한해 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보증 지원만 해줘도 유동성 위기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올해 초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된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특히 팁스는 파격적인 혜택 때문에 어느 정부 지원 사업보다 선발 절차가 까다롭다. 이들 기업의 보증 사고 리스크가 다른 초기 기업에 비해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정부는 여전히 보증 지원까지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조언대로 임직원을 내보내고 애써 키워온 사업을 보류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일까. 내년이 되면 지원금을 받고 싶어도 이미 문을 닫은 회사가 수두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설사 생존에 성공하더라도 대표이사만 남아 있는 기업에 소중한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늦었지만 정부가 이제라도 실질적인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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