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주요 저축은행들에 자체 조성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에 부실채권을 넘겨 충당금 환입이 발생한 경우 손실로 추가 인식하라고 요청했다.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 회피를 위해 공동 펀드를 활용하는 ‘꼼수 매각’ 논란에 제동을 건 것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대형 저축은행 5곳과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4곳 등 9개사 대표와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주문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이 스스로 투자한 PF 부실 정리 펀드에 대출채권을 매각해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손실로 처리하는 금액) 환입이 발생한 경우 손실 추가 인식을 통해 손실 흡수 능력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을 펀드에 매각해 충당금을 환입할 경우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실로 기록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저축은행들의 손실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저축은행의 PF 펀드 투자에 대해 유가증권 보유 한도를 완화해준 조치와 관련해 부동산 금융 리스크를 감안해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 5월 저축은행이 공동 조성한 2차 PF 정상화 펀드의 경우 저축은행과 부실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이 80% 이상 일치해 ‘파킹’ 논란이 불거졌다. 공동 펀드에 부실채권을 넘겨 일시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꼼수 매각’ 논란이 일었다.
금감원은 3분기 마지막 달인 9월 연체율 관리에도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36%로 전년 말보다 1.81%포인트 뛰었다. 특히 올 6월 3곳, 지난달 4곳 등 연체율 급등으로 경영 실태 평가를 받는 저축은행이 늘고 있는 만큼 자산 건전성 지표 관리에 철저를 기하라고 요청했다. 자본이 충분한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자산 건전성이 좋지 않으면 경영 실태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영 실태 평가 종합 등급(1~5등급)이 3등급 이상이라 하더라도 자산 건전성 지표가 4등급 이하일 경우 적기 시정 조치 대상에 해당한다.
아울러 부실 사업장 정리에 관해서는 적극적인 경·공매에 나서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부동산 PF 1차 사업성 평가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달 중 본격적으로 부실 사업장 경·공매가 진행되는 만큼 이에 주요 저축은행들이 앞장서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저축은행 업권의 구조조정 대상 PF 사업장은 4조 5000억 원 규모다. 그간 저축은행 업권은 거듭된 금융 당국의 부실 사업장 정리 주문에도 소극적으로 경·공매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요 저축은행부터 앞장서면 중소형 저축은행을 포함한 업권 전체가 경·공매 활성화 등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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