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들이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강한 종교적 신념이 인권위원장 직무 수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창조론도 진화론도 과학적인 문제이기보다 믿음의 문제이고 양자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같이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교회 장로로 활동하는 안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 발언을 했다.
안 후보자는 우주의 기원을 뒷받침하는 ‘빅뱅이론’을 믿지 않느냐는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빅뱅이론보다는 창조론을 믿는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그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묻자 “동성애자에 대해 차별을 둬선 안 된다”면서도 “그 행위에 대해선 합리적 비판이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다”라고 강조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 뜻을 밝혀 야권의 빈축을 샀다. 안 후보자는 자신이 지난 6월 출간한 책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거를 묻자 “충분한 자료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통계가 있다”고 답했다.
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안 후보자의 저서에서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적은 데 대해 입장을 묻자 “그런 우려가 있다”며 “동성애는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수단이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의 이러한 발언에 야권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질타가 이어졌다. 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이번 인사는)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특정 종교에 대해 이 정도로 강력한 신념을 가진 분이 다른 직책도 아니고 국가인권위원장을 맡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안 후보자의 진화론 발언은) 우리 과학계에서 들으면 기절초풍할 이야기고, 상식의 영역에 들어와 있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의 인사의 대체적인 특성들인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범주를 넘어선 분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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