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추석이 오기 전, 다음 주에라도 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대출 실수요자 보호 방법에 대해 중지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실수요자가 혼란과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출정책이 너무 급작스럽게 예측 못하게 바뀐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계약금을 지불한 실수요자 혹은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았더라도 3개월이나 6개월 뒤 대출을 받기 위해 미리 은행 상담을 진행한 실수요자의 경우 대출 여부가 달라지거나 범위가 줄어들 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다수 나왔다”고 부연했다.
다양한 수요를 고려할 때 기계적인 대출 금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 원장은 “1주택자여도 자녀 결혼이나 자녀가 다른 지역으로 가서 집을 얻어야 하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었다”며 “실제로는 가수요나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는데 기계적이고 일률적으로 대출을 금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에서 들쭉날쭉한 상품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것에 대해서 일률적, 구체적으로 조치를 취하긴 어렵지만 합리적인 선에서 서로 기준들을 맞춰야 소비자들도 혼란이 없지 않을까 싶다”며 “은행연합회에서 협의체도 가동하는 만큼 금감원도 옵저버로 참여해 고민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대한 개입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은행이 공급한 주택담보대출은 9조 5000억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5조 5000억원 이상으로 늘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비 가계대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만으로는 이 추세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비난을 받더라도 현재 단계에서는 입장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입 여부에 대해 비난을 주시면 당연히 금감원이 받아 마땅하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원장은 “은행의 포트폴리오 관리나 위험관리 차원에서 특정 자산에 쏠림이 나타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출 신청이나 상담 등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선행지표가 있었을텐데 과연 이 부분을 까맣게 몰랐을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특히 최근 은행들이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없다는 쪽에 가깝다”며 “이날 간담회에서도 피치 못해 급작스럽게 대책을 내놓는다면 효과라도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고 특정 지역 부동산 쏠림 억제효과도 없다는 부동산 전문가 의견이 나왔는데 이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에 따라 대출수요가 보험사 등 다른 업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와 관련해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대출 상담이나 신청 등 선행지표를 봤을 때 걱정할 정도의 풍선효과는 현실화되지 않는 게 맞다"라며 “준비나 우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대출이 막히지 않게 비은행 쪽도 챙겨볼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날 간담회에서 주담대 월평균 상환액 12조 원을 실수요자에 우선 공급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초과수요를 줄여가며 적정하게 운영하고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공급한다면 대출이 필요한 분들이 못 받는 경우 없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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