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기존에 4.5%로 계산했던 기금 연 평균 수익률은 5.5%로 올려잡았다. 여기에 자동조정장치까지 도입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에서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 인상 속도는 세대별로 차등 적용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발표한 ‘국민연금 5차 종합운영계획’에서는 보험료만 3~9%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전제한 채 18개 시나리오별 재정 전망을 소개하는 데 그친 반면 이번 추진 계획에서는 단일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모수 조정 방향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을 내놓은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보험료율 인상 폭을 4%포인트로 제한한 것은 21대 국회 논의 결과를 존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여야는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보험료를 13%까지 인상하는 데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42~44%)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재정안정성 확보 방안은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리는 것이었다”며 “정부가 국회 공론화 과정을 반영하기 위해 고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안대로 국민연금법이 개정될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1차 개혁으로 9%가 된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은 이번 정부안의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복지부는 가입자 수 감소와 기대여명 증가에 따라 연금 급여액을 자동 삭감하는 일본식 ‘거시경제 슬라이드’ 방식의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보험료 인상 속도는 세대별로 다르게 적용한다. 50대의 보험료는 매년 1%포인트씩 오르는 반면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방식이다.
노후소득보장은 다층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초연금 월 지급액을 2027년까지 40만 원으로 올린다. 대기업부터 시작해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국민연금 출산·군 복무 크레딧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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