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기 시작하자 국내 자산운용 업계가 반도체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대거 검토하기 시작했다.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RISE 미국반도체인버스(합성 H) ETF’에 대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KB운용이 특정 섹터에 대한 인버스 ETF를 내놓는 것은 2차전지 이후 두 번째다.
‘RISE 미국반도체인버스(합성 H) ETF’는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업종의 하락에 베팅하는 ETF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 종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엔비디아·인텔·AMD 등의 종목이 편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KB운용이 반도체 인버스 ETF 출시를 준비하는 것은 하반기 들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것과 연관이 깊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부정적인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와중에 1년 넘게 급등세를 이어온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전날 밤 경기지표 쇼크로 나스닥이 3.26% 하락할 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75% 급락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을 확인한 후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조정되기 시작했다”며 “강한 성장 우위를 바탕으로 성장주를 주도해왔던 반도체 업종의 주도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특정 섹터 인버스 ETF가 총 3개 상장돼 있다. 2차전지 투자 열풍이 거셌던 지난해 9월에는 KB운용이 2차전지 인버스 ETF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특정 섹터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었다. 2차전지 인기가 치솟았던 시기에 인버스 ETF를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기는 했으나 순자산이 전날 기준 810억 원까지 커지는 등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지난해 신한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미국 빅테크 인버스 ETF를 출시했다. 하지만 사실상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상태다. 전날 기준 두 운용사 ETF의 순자산은 각각 77억 원, 26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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