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연내 생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1.8나노(18A)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이 초기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초미세공정 초기 도입 시 수율 안정에 난항이 따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인텔에는 또 다른 악재다. 인텔은 2나노(20A) 대신 1.8나노 마케팅에 전념해 내년부터 외부 매출을 발생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TSMC와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초미세공정 승부수’ 없이는 파운드리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절박함이 읽히는 대목이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1.8나노 공정에서 제조하는 브로드컴 반도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브로드컴이 인텔 1.8나노 공정에서 시범 생산한 웨이퍼(반도체 원판)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브로드컴이 인텔로부터 회수한 웨이퍼를 검토한 결과 아직 대량생산으로 전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브로드컴은 아직 인텔 파운드리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텔은 “내년 대량생산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인텔이 올해 1.8나노 공정에 진입하겠다고 밝혀온 점을 감안하면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인텔은 지난해 9월 1.8나노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하며 TSMC와 삼성전자보다 한발 빨리 2나노 이하 미세공정 생산에 돌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인텔은 1.8나노 선제 진입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TSMC와 삼성전자의 틈바구니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리더십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인텔은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 주재 투자자회의(IR)에서 “더 발전된 1.8나노 공정에 집중하기 위해 2나노 공정 마케팅은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1.8나노에 ‘올인’하겠다는 뜻이다. 진스너 CFO는 “내년부터 파운드리에서 일부 매출을 발생시키고 2027년에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을 창출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현재 12개 잠재 고객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진스너 CFO는 현 실적 악화를 보완해줄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지원금이 연내 입금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인텔은 총 200억 달러 상당의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을 예정이다. 이는 내년 인텔 자본지출 총액 예상치인 215억 달러와 비슷한 액수로, 인텔의 파운드리 투자 부담을 경감해줄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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