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로봇청소기 전시장에서 가장 목 좋은 자리는 로보락과 드리미가 번갈아가며 맡고 있어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 개막 전날인 5일(현지 시간) 로봇청소기 기업들이 모인 메세베를린 9번 홀에서 만난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 드리미 관계자가 내비친 자신감이다. 시장에서의 위상을 반영하듯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들은 전시관의 알짜배기 자리를 꿰고 있었다. 입구 앞 접근성이 높고 구역도 넓은 노른자위 전시관은 로보락·드리미·모바의 차지였다.
현장에서 살펴본 로봇청소기 업계는 중국 기업들의 아성이 견고해지는 모습이었다. 로보락·에코백스 등 국내 고급 로봇청소기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에서도 압도적인 기술력에 더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으며 경쟁사와의 격차 유지에 전념했다.
모바의 공격적 마케팅이 눈길을 끌었다. 모바는 드리미의 서브 브랜드로 로봇청소기 영역에서는 가성비 있는 상품들로 승부를 보고 있다. 2022년 설립돼 올해 처음 IFA에 참가했지만 드리미의 후광에 힘입어 명당을 차지한 채 관람객을 맞이했다. 모바 관계자는 “가장 많은 매출은 동·북유럽에서 나오고 있다”며 “올해 처음으로 한국 신세계 백화점에서 팝업을 열었고 한국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로보락 프레스콘퍼런스에서는 신제품과 신기술이 소개될 때마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회사는 두 대의 로봇청소기와 한 대의 무선청소기를 처음 공개했다. 이 중 로봇청소기의 신모델 ‘Qrevo-Curv’는 최대 40㎜ 높이의 장애물을 넘나들 수 있으며 먼지 제거에 중요한 흡입력은 1만 8500㎩(파스칼)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 달 전 최대 20㎜의 장애물 극복 기능과 10000㎩의 흡입력을 가진 스펙으로 출시된 LG전자 플래그십 로봇청소기를 약 두 배 가까운 성능 격차로 따돌린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보안 및 타 가전과의 연결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기술 격차가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국내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소프트웨어 하나를 구현하는 데만 1000명 가까이를 투입하고 있으며 실제 중국 기술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매핑·내비게이팅 등 기술에서 생각보다 격차가 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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