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석방 관련 협상에 대해 “현재 추진 중인 합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CNN 등이 미국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기본적으로 90% 가량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한 내용에 대한 부인인 셈이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역시 재차 “휴전 합의가 90% 가량 이뤄졌다”고 강조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휴전 압박을 이어갔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어떤 합의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단지 잘못된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가자 휴전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던 미 정부의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한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가자 휴전 협상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합의 직전이라고 말했고 전날 미 고위 당국자 역시 “기본적으로 합의의 90%는 의견일치가 이뤄졌다”고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미 정부 측 발언에 대해 “확실하게 틀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이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 제안에 동의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계속 거부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무엇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필라델피 회랑 문제나 인질 교환 방법 등 모든 것에 동의하고 있지 않기에, (협상이 거의 다 됐다는) 그 주장은 단지 잘못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의 완충지대로 하마스는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 지역이 하마스의 무기 통로라고 주장하며 설사 휴전 협상이 성사되어도 이 지역에서의 철군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인질 6명이 시신으로 발견된 상황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을 빼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며 “하지만 하마스는 지속적으로 거래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합의를 가로막는 게 필라델피 회랑뿐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 노골적인 허위주장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직 생존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100여명의 인질을 돌려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라델피 회랑을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일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가자지구가 이란의 테러 거점이 될 수 있으며 휴전 기간 동안 하마스가 인질들을 이란, 예멘 등으로 빼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총리의 발언이 전해진 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언론을 통해 공개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지난 몇 달동안 합의 구조를 마련하는 측면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이티를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 역시 가자 휴전안 합의가 90% 진척됐다는 자체 평가를 긍정하며 “필라델피 회랑 등 몇몇 중요한 이슈만 남았다”며 기존 의견에 힘을 실었다. 블링컨 장관은 “앞으로 며칠 간 남은 미결 과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해 (당사국 및 중재국들이) 생각을 공유하길 기대한다”며 “양측이 남은 이슈에 동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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