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 공정에 메모리 업계 최초로 ‘드라이 레지스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라이벌 회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면서 D램 리더십을 지켜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 D램에 드라이 레지스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자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드라이 레지스트 기술은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 공정 직전에 활용된다. 통상 노광 공정 전에는 빛과 반응하는 액체 감광액(포토레지스트·PR)을 웨이퍼 위에 바른다. 그러나 드라이 레지스트는 이 과정에서 액체 PR을 쓰지 않고 화학반응으로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쌓는다.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액체로 PR을 바를 때보다 고르고 얇은 막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초미세 회로를 더욱 정확하게 찍을 수 있고 액체 PR보다 소재를 덜 낭비한다는 특징도 있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6세대 D램을 구성하는 40~50개 층에서 한 개의 회로층에 이 기술을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초미세 회로를 찍어내는 극자외선(EUV)용 PR로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은 드라이 레지스트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세계적 장비 업체 램리서치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이 기술을 양산에 적용할 경우 기존의 노광 소재·장비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드라이 레지스트 장비 안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소재 개발에 대한 숙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새롭게 도입되는 드라이 레지스트용 장비의 면적을 기존 시스템과 동일하게 맞추는 등 양산 적용을 위한 다양한 테스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10나노급 6세대 D램에 이 기술을 최초로 도입하려는 것은 ‘초격차’ 확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4월 미국에서 열린 ‘멤콘 2024’ 학회에서 10나노급 6세대 D램을 연내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0나노급 6세대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양산 계획을 공개한 회사는 삼성전자가 처음이었다. 세계 D램 1위의 기술 리더십을 수성해나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속도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10나노급 6세대 D램에 대한 개발을 완료해 양산 준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3위 마이크론 역시 10나노급 6세대 제품에 처음으로 EUV 노광 공정을 도입한다고 공언하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생산성과 기술력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는 파격적인 소재와 공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경영진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신소재 개발 외에도 3차원(3D) D램 등 구조 혁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