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기존 주도주가 사라지고 거시경제지표의 영향력이 커지자 상장지수펀드(ETF) 1위 업체인 삼성자산운용이 지수·금리형 상품을 앞세워 시장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운용 ETF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3조 6174억 원으로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압도적인 최대치를 기록했다. 7월 2조 3087억 원과 비교하면 56.7% 급증했다. 삼성 ETF 거래 대금은 같은 달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 대금(10조 6455억 원)의 34.0% 달한다.
삼성운용의 ETF 매매가 활발하게 늘어나면서 이 회사 상품이 전체 시장 거래 대금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7월 62.90%에서 지난달 73.04%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달 전체 ETF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4조 9757억 원으로 7월(3조 6702억 원)보다 35.50% 늘어나는 사이 삼성운용 상품 매매는 이보다 더 많이 증가(56.70%)한 덕분이다. 삼성운용의 ETF 순자산 점유율도 지난달 38.90%를 기록해 올해 처음으로 반등했다.
반면 미래에셋운용의 거래 대금은 올 7월 8500억 원에서 지난달 7991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전체 ETF 거래 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월 23.16%에서 지난달 16.13%로 떨어졌다. 미래에셋운용의 지난달 ETF 순자산 시장점유율도 35.53%로 2021년 12월(35.47%) 이후 가장 낮았다.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간 순자산 점유율 격차도 올 들어 처음으로 벌어졌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2차전지·AI 등의 테마가 올 하반기부터 힘을 잃은 대신 경기 침체, 금리 인하, 중동 정세, 미국 대선 등 거시 요인이 부각하면서 테마형 ETF보다는 지수나 금리 방향성 그 자체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결과로 해석했다. 실제 삼성운용은 코스피200 등 지수·금리형 ETF의 운용 자산 비중이 높은 회사로 분류된다. 반대로 후발 주자인 미래에셋운용은 미국 반도체, 중국 전기차 등 특정 분야에 특화한 테마형 상품을 필두로 자산 규모를 불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개별 업종·기업별 모멘텀보다 고용 등 매크로 지표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 당분간 ETF 시장도 그 영향권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분석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요 인사들이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한하는 발언을 내놓은 만큼 이번 주 ETF 시장에서도 11일(현지 시간)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경제지표가 반영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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