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해 올해 금리 인하 횟수가 한 번에 그칠 경우 금리를 내렸는데도 시중금리가 다시 오르는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 이 같은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본지 8월 14일자 1·3면 참조
11일 한은에 따르면 A금통위원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올해 중 대체로 1회(0.25%포인트)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음에도 가격 변수에는 2회 인하가 반영되면서 금융시장이 다소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되더라도 시장금리는 오히려 되돌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상승할 우려를 제기했다. B금통위원도 같은 취지의 우려를 전했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고채 투자자들이 올해 한은이 두 번 금리를 내린다(가격 상승)고 생각해서 투자했는데 생각보다 금리 인하 폭이 작으면 가격 상승 폭이 작으므로 채권을 팔아치울 수 있다. 이는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시장금리가 금리 하락 폭을 메우거나 되레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 실무 부서도 “향후 실제 정책 결정 시 커뮤니케이션 등에 따라 시장의 기대가 조정되면서 최근의 변화 폭이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시장의 기대가 급변할 경우 외국인의 국채 선물 포지션이 조정되면서 시장금리의 변동성이 일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7%포인트 내린 연 2.943%를 기록했다. 기준금리(연 3.5%)보다 0.5%포인트 이상 낮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 2.7~2.8% 수준까지 금리를 내릴 것을 가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은 안팎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가 1회일 수 있으며 최초 시점도 10월이 아닌 11월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한은의 금리 인하 횟수 문제에 내년도 국고채 발행 급증이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도 국고채 발행량은 올해(158조 4000억 원)보다 11.7% 증가한 201조 3000억 원까지 불어난다. 국고채 발행(공급)이 늘어나면 일반적으로 금리는 높아지게 돼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이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에 실망할 경우 국고채 금리 하락이 되돌려질 부분도 있다고 본다”며 “내년 국채 발행 증가로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은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채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금통위가 열린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채 10년물 선물(LKTB)을 총 1조 4988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국고채 금리는 금융채와 회사채 금리를 거쳐 은행과 2금융권의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내수 침체를 이유로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는데 국채금리 되돌림 현상이 발생하면 금리를 내린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자영업자와 서민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직접 대출금리에 개입하거나 지원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시장 개입과 금리 왜곡 현상이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외국인이 국고채를 매도해도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견고해 국채금리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달 10일에 국채 20년 지표물 교체와 맞물려 국고채 20년물 금리가 급격히 떨어졌다. 교체된 국채 20년 지표물의 발행량은 1000억 원에 불과했는데 국고채 전문 딜러(PD)들이 장내 조성 과정에서 지표물을 사들이다가 일시적으로 금리가 뛴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채 20년물 입찰을 27일에서 19일로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입 수요가 강하다는 방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대한 기대가 확실하다 보니 대기 매수 수요가 강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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