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들의 대외 소통 창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은이 발간하는 주요 보고서에 금통위원의 개인 의견을 반영하는가 하며,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 ‘묵언기간’에 대한 기준을 완화하면서다.
황건일 한은 금통위원은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금리인하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성장 흐름과 함께 기준금리 조정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 정도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황 위원이 작성을 주관했다. 금번 보고서부터는 주관 금통위원의 메시지를 포함해 발표하는데 위원들의 대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금통위원의 공통된 의견을 반영하지만, 주관 위원이 개인 목소리를 직접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황 위원은 "경제성장 흐름과 관련해서는 일부 주요국의 경기 우려에 적기 대응하는 한편, 기준금리 조정의 파급시차를 감안할 때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 내수, 나아가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에 연계된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금융 부문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며 "금리인하가 성장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판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금통위는 비통방 본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관련 대외 발언에 대한 양해사항’ 중 묵언기간 내용을 수정하며 발언 범위를 사실상 넓히기로 합의했다. 기존에 묵언기간의 기준은 “통화정책방향회의 일주일 전부터 통화정책방향과 이를 시사할 수 있는 금융·경제상황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언급을 피한다"였다. 이번에 변경된 기준은 “통화정책방향회의 일주일 전 00시부터 (통화정책방향회의) 당일 총재 기자간담회 종료시까지는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발언하지 않도록 유의한다”로 명시했다.
한편 이날 한은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서 불거진 ‘8월 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 "적절한 조치였다"고 반응하면서다. 박종우 부총재보는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8월 금통위 전) 내부적으로 가계부채 증가폭을 점검한 결과 8조 원 이상, 많게는 9조 원 이상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며 "당시 금리 결정이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이보다 많은 9조 8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8월 금리 동결 이후 당정대 사이에서 나온 “한은 통화정책 유감”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박 부총재보는 "물가측면에서 보면 금리를 정상화할 여건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다른 쪽에선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실기론' 얘기도 있는데 종합적으로 고민해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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