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을 앞두고 체감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유통 및 식품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한 단에 만 원 이상 오른 시금치를 오는 15일 시세보다 최소 40% 저렴한 6990원에 한정 판매한다. 일부 마트에서 최고 1만 4000~5000원대에 파는 것을 고려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제타플렉스 잠실점과 서울역점,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의왕점, 롯데마트 마석점·오산점 등 총 25개 점에서 점포당 200단씩, 1인당 2단씩 판다. 시금치 가격이 저렴할 것으로 예측된 지난 6일 경기도 포천 산지에서 5000단을 수확해 저장했다가 명절 직전에 내놓는 것이다. 롯데마트 측은 시금치 원물을 저장하면서 온도, 습도,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조정해 맛과 신선도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수요가 높은 식빵 등 빵 가격도 일부 내려간다. 파리바게뜨는 이달 말부터 고식이섬유 1㎝ 통밀식빵·귀리가득 홀그레인 오트식빵·로만밀 식빵 등 식빵 3종의 가격을 평균 7.3% 내린다고 밝혔다. 앞서 CJ푸드빌도 뚜레쥬르에서 판매하는 후레쉬크림빵·땅콩크림빵·완두앙금빵 가격을 19일부터 평균 6.7% 인하하기로 했다.
저가 커피 공세가 커지는 가운데 배스킨라빈스는 이달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아메리카노 가격을 2800원에서 1900원으로 대폭 할인해 판매한다. 스타벅스는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그란데 사이즈의 디카페인 음료 5종을 1000원 인하하는 행사를 지난 9일 시작해 이달 22일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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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과자 업계는 밀가루 가격 하락을 반영해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섰다. 해태제과는 지난 9일부터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계란과자와 사루비아 통참깨, 칼로리바란스 치즈의 가격을 100원씩 내렸다. 오리온도 명절을 앞두고 10년 넘게 가격을 올리지 않은 22개 브랜드 중 고래밥·초코송이·오징어땅콩·마이구미·촉촉한초코칩 등 주요 제품을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할인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가격 인하가 물가 인상으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에게 ‘미끼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소나 식빵처럼 자주 소비하는 품목이 싸다는 인식이 생기면 평소 안 가던 매장이나 상품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품목으로 소비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는 초저가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CU에 따르면 올해 1000원 이하 상품의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보다 27.3% 올랐다. 880원 컵라면, 990원 스낵은 110만 개 이상 팔렸고, 지난달 선보인 1000원 두부는 출시 보름만에 3만여 개가 동났다. 가성비 편의점 도시락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5000원 이하 도시락의 비중도 꾸준히 늘면서 2020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CU는 다음달까지 4000원 안팎의 간편식 10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컵밥 5종(치킨마요·참치마요·스팸마요·돈가스·매콤제육)은 3900원에, 컵요리 5종(탕수육·양념만두·매콤떡강정·마라떡강정·고구마맛탕)은 4500원에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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