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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공개매수에 회계장부 열람까지…고려아연 전방위 압박[시그널]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동시 추진

최윤범 측에 "자사주 매입 위법" 경고장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도

고려아연 주가, 공개매수가 이미 추월

영풍·영풍정밀 주가도 상한가 기록해

MBK, 8조 바이아웃펀드로 실탄 확보

장형진(왼쪽)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000670)고려아연(010130)영풍정밀(036560) 2개 회사 공개매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방어에 나설 수 없도록 손발을 묶어놓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의 주식 1.8%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공개매수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이 회사 경영권을 가져오면 고려아연 주식도 추가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당장 대항 공개매수를 하거나 자기주식 취득으로 지분을 매집하는 등 방어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동안 매수 주체의 특별 관계자가 별도의 공개매수나 다른 방식으로 주식을 살 수 없도록 한 자본시장법 제140조 때문이다. 영풍 측과 주식을 공동 보유한 게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면 특별 관계자로서의 지위에서 벗어나 공개매수를 따로 추진할 수 있지만 현재 최 회장과 영풍은 계열사로 엮여 있는 특수 관계인이기 때문에 계열 분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 기간인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MBK파트너스는 13일 고려아연 측에 이 점을 상기시키는 경고성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영풍은 이날 공개매수 외에도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과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공개매수에 나서자마자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 및 자사주 매입 취득 금지 가처분에 나서는 등 철저히 계획된 시나리오에 맞춰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최 회장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을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PEF)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의혹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 등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려아연이 6040억 원을 출자한 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와 시세조종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영풍 입장이다. 고려아연이 총 58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전자 폐기물 업체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해서도 “매출액이 29억 원에 불과한 회사를 200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인수하면서 회사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격적인 공개매수로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자 주식시장에서 영풍과 영풍정밀은 상한가를 찍었고 고려아연의 주가는 19.78% 상승해 공개매수가인 66만 원을 넘어선 66만 6000원에 마감했다.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주가가 급등세를 이어갈 경우 공개매수가를 조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로서는 부담해야 할 자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에 8조 원 규모의 6호 바이아웃 펀드를 활용할 예정이라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대규모 인수금융도 대출해주기로 한 상태다. MBK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 장악에 나설 방침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MBK파트너스의 참전으로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명예회장이 공동 창업한 후 3대에 걸쳐 동업자 경영을 이어왔다.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영풍을 비롯한 전자 계열사는 장 씨 일가가 맡아 74년 동맹을 이어왔지만 2022년 최 명예회장의 손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가 확립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초 UCK파트너스와 함께 단행했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와 같은 과정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MBK파트너스는 오스템임플란트가 2000억 원대 횡령 사고 발생 이후 행동주의 펀드인 KCGI의 경영권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UCK파트너스와 함께 백기사로 나서 기존 대주주인 최규옥 전 회장 지분 매입과 동시에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최 전 회장은 회사 지분 일부를 남겨두면서 회사의 2대주주로 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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