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13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뒤로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를 다단계로 연결한 설비)’가 늘어선 모습도 노출했다. 미국 대선이 50여 일 남은 시점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 시설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전술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고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신형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생산 토대를 한층 강화하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대외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피폭 가능성에도 직접 농축 시설을 방문한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때문에 북한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핵무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 대선 전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7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며 “핵실험 시 미국 내 반북 정서가 커질 뿐 아니라 최근 삐걱거리는 북중 관계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행보를 강하게 규탄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 개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면서 전술핵무기용 핵물질 생산을 운운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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