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조가 아이들과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13일 은행 영업시간 30분 단축과 주 4.5일제 도입을 촉구하며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원들은 근로계약서상 9시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8시 30분 이전 출근을 강요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족과 아침식사를 할 시간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노조 측은 영업시간 30분 단축이 단순히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했다. "아침밥 한 끼로 가족 간 소통이 늘어나고, 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36시간 근무제인 4.5일제 도입도 함께 요구했다. 노조는 "주 4일제 시행으로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나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지방 방문 기회가 증가해 지방 소멸 위기 극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 영업시간이 30분 늦춰질 경우 소비자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연봉 1억 원이 넘는 은행원들의 근무시간 단축 요구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1265만원에 달했으며, 올해 상반기 4대 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는 약 6050만원으로 주요 대기업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노조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2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10만 금융노동자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사 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금융권 노사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은행권은 코로나19 당시 한시적으로 영업시간을 30분씩 조정한 바 있어, 이번 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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