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손잡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010130) 공개매수 첫날,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인 66만원 위로 올라가면서 성공 여부를 종잡을 수 없게 됐다. 추석 연휴 직후 거래가 재개된 뒤에도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MBK가 공개매수가를 다시 높일지 주목된다. MBK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시에도 초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기간 중 한 차례 가격을 높인 바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지난 13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78% 오른 66만6000원이었다. 이는 MBK와 영풍그룹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제시한 공개매수가 66만원보다 6000원 높은 금액이다. 장중 69만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동시에 공개매수를 하는 영풍정밀(036560)의 경우 2810원 오른 상한가(29.99%)를 기록해 1만21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개매수가 2만원 대비 차이는 있지만 장 초반 이후 거래가 아예 없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은 공개매수공고일 전영업일 이전 3개월 동안(6월13~9월12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 각각 27.7%, 101.0% 프리미엄을 적용했다. 다른 기업 공개매수에 비해 낮지 않은 수준이다.
결국 연휴가 끝난 뒤 장이 재개되는 오는 19일 시장 분위기가 중요해졌다. 이 때도 고려아연 주가가 66만원을 계속 상회하면 공개매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고려아연 측의 대응도 본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넘어서면 주주들은 보유하던 주식을 장내 매도하는 것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에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MBK는 현재로서는 공개매수가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MBK는 한국앤컴퍼니 첫 공개매수가로 2만원을 제시했다가, 주가가 이를 상회하자 공개매수가를 2만4000원까지 인상한 전례가 있다.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최소 7%(144만5036주)에서 최대 14.6%(302만4881주)를 공개매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개매수 대금은 두 기업을 합해 약 2조1332억 원이다. 최대치를 가져오면 의결권은 52%를 확보하게 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하나 변수는 여느 공개매수와 달리 많지 않은 시간이다. 현행법상 공개매수는 공고일로부터 20일이상 60일이내 기간 동안 진행된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이 13일부터 10월4일까지 22일간이라고 하나 추석 명절과 10월 임시공휴일, 개천절이 있어 실 거래일은 10일 뿐이다. 고려아연이 제대로 방어할 수 없도록 기간을 최소화한 전략인데 주가가 예상 위로 튈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은 잔여 유통 물량이 22.92%로 많지 않은 편이다.
지난 13일 매수 상위 창구에는 고려아연과 자사주 신탁 계약을 맺은 한국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이를 의식한 듯 MBK와 영풍은 “공개매수 기간 중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고려아연 경영진과 자사주 신탁계약을 맺은 증권사 등에 경고성 공문을 보냈다. 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한편 영풍그룹의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장씨 일가는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경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경영권 갈등을 빚은 바 있다.
MBK는 오는 19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배경과 향후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