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가 열리던 중인 이달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중심가 쿠담 거리에 위치한 가전 판매 브랜드 자툰의 한 매장. 자툰은 한국의 하이마트처럼 다양한 회사의 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TV를 판매하는 코너인 2층으로 올라가니 입구부터 국내 가전 기업들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들이 고객을 맞이했다. 최전선에는 LG전자(066570)의 OLED TV가 배치돼 있었다. 매장 직원인 루카스 피츠 씨는 “확실히 가전 수요가 절정기 때보다 못하지만 OLED TV 수요 만큼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OLED TV는 각 제조사가 미는 초프리미엄 제품이지만, 시선이 꽂히는 지역 대부분을 OLED TV로만 전시한 것은 국내 매장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국내 매장에도 OLED TV는 매장의 중심에 놓이지만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액정표시장치(LCD) TV 제품과 골고루 배치되는 게 보통이다. OLED TV는 최신 기술이 집약됐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 장벽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OLED TV의 시선 독점은 독일 내 OLED TV의 높은 위상 덕분이다. 독일의 경우 OLED TV가 전체 TV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 1위며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OLED TV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국내 TV 업계가 독일 시장을 효자로 보는 이유다.
사실 유럽만 해도 세계에서 OLED TV 인기가 가장 높은 곳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시장 TV 매출 중 올레드 TV 매출 비중은 약 17%로 북미 지역(약 16%)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출하량도 유럽(약 118만 9000 대)은 북미(약 64만 6000 대)를 크게 앞질렀다.
독일의 OLED 사랑은 이러한 유럽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LG전자에 따르면 독일 법인의 TV 매출에서 OLED TV의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50% 안팎을 오가는 유럽 국가 평균보다 두배가량 높다. 독일의 올레드 사랑은 일차적으로는 높은 1인당 국민소득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제품 기준 올해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LCD TV 평균판매단가는 496달러(약 66만 원), OLED TV는 LCD의 3배가 넘는 1595달러(약 212만 원)다.
하지만 독일의 OLED TV 판매 비중은 독일과 소득 수준이 비슷하거나 더 높은 영국, 프랑스, 북유럽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업계에서는 독일의 기술 본위 문화가 OLED TV 선호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독일은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세계 제조업경쟁력지수(CIP)에서 수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첨단기술 분야를 리드하는 글로벌 기술 강국이다. 첨단기술력에 기반한 OLED TV의 뛰어난 화질에 독일 고객이 지갑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속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는 독일 고객이 올레드 TV의 친환경성에 높은 평가를 내린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나아가 전 세계 ESG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국가다. OLED TV는 LCD 대비 제조 과정에 드는 플라스틱량이 훨씬 적고, 이 때문에 플라스틱 제조, 운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도 감축된다.
김현식 LG전자 독일법인 리빙PD 팀장은 “독일 소비자는 친황경이나 합리적 소비 측면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는 사람들이다”며 “매장에서도 독일 사람들은 소비효율 같은 것을 직접 손으로 계산해보며 구매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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