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위 일본 도요타그룹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과 다음 달 회동한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 뉴욕에서 미국의 자동차 공룡 제너럴모터스(GM) 메리바라 회장과 생산·개발·발주 등을 공유하는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깜짝 발표하며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과 도요다 회장의 회동하기로 하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3위 자동차로 올라선 현대차의 행보에 모빌리티 시장 전체가 들썩이는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다 회장은 다음 달 서울 방문 일정에 맞춰 정 회장과 회동한다. 업계의 관심은 글로벌 1위와 3위 업체를 이끄는 두 수장이 비공개로 진행될 회의에서 오갈 논의들이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시장은 지난 100년 여간 압도적인 파워트레인 기술을 앞세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초고속통신망·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모빌리티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장은 전기차(EV)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테슬라와 더불어 EV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고 과도기를 책임질 하이브리드(HEV) 분야에서도 도요타와 현대차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의 회동이 글로벌 2위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이 공장 폐쇄를 비롯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국면에서 벌어지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가 ‘수소차 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은 현대차가 미래를 앞당길 수록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GM과 도요타도 마찬가지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EV, 수소차(FCEV)로의 전환이 길어질 수록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업체들은 부담이 늘어났다. 과감한 비용을 투자해 기술력은 앞서가지만 정작 EV가 시장에서 적게 팔리면 수익성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GM이 손을 잡은 이유를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투싼과 싼타페 등 중소형 SUV에 강점이 있고 GM은 쉐보레·GMC·캐딜락 브랜드를 앞세워 타호·에스컬레이드 등 대형 SUV는 물론 픽업트럭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함께 전동화에 투자한다면 비용을 줄이면서 시장 지배력은 키울 수 있는 셈이다.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도 이런 관점에서 수소 사업을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인 EV는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에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EV 승용차는 배터리전기차(BEV), 수소를 연료로 장거리를 주행하는 트럭 등 상용차는 수소차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수소차 시장을 양분하고 현대차와 도요타가 손을 잡으면 수소차 분야에서 대항마는 사실상 없어진다. 두 회사가 개발과 인프라 투자에 협력해 비용을 줄이면서 수소차 시대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관계자는 “도요타와 현대차는 협력할 분야가 많아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의 폭넓은 보폭에 자동차 업계가 들썩이는 것을 두고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1986년 엑셀이 미국에 처음 수출됐을 당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현대차는 글로벌 3위 업체로 미래차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업체들의 자존심이었던 고성능차 분야에서도 현대차의 아이오닉5N이 압도적인 성능과 기술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자동차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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