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관측을 기다리는 보름달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눈’이 있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다. 다누리는 2년 가까이 임무를 수행하며 달 남극까지 구석구석을 누볐고 이를 통해 독자적인 발견과 국제 협력 성과를 냈다. 향후 유인 진출을 위한 기틀도 다지고 있다.
1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기관의 다누리 관제실 인력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정상 근무하며 24시간 관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다누리는 2022년 8월 5일 발사돼 지난해 1월부터 달 궤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 중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의 착륙 후보지를 사전 탐색하는 섀도캠(영구음영지역카메라)을 포함해 고해상도카메라, 광시야편광카메라, 자기장측정기, 감마선분광기, 우주인터넷탑재체 등 6개 과학 장비를 탑재했다.
최근 성과는 자기장측정기를 통한 새로운 충돌구(크레이터) 발견이다. 이 충돌구는 최초로 조선시대 천문학자의 이름이 붙어 ‘남병철 충돌구’로 명명됐다. 지난달 경희대 연구팀은 미국 산타크루즈대 연구팀과 함께 달 뒷면에서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보이면서 1980년 이후 이름을 가진 충돌구 중 가장 큰 132㎞의 지름을 자랑한다.
비슷한 시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다누리의 감마선분광기로 관측한 감마선 폭발에 대한 논문을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폭발 현상으로 이를 분석하면 달의 표면 원소 지도를 작성해 향후 지질자원 조사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다누리는 주요 자원인 우라늄 원소 지도도 작성 중이다.
달 표면의 다양한 지형지물 사진도 남겼다. 가장 손에 꼽히는 성과는 달 남극의 ‘섀클턴 충돌구’ 관측이다. 달 극지방의 깊은 충돌구는 햇빛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으로 얼음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 영구음영지역은 향후 인류의 달 진출 시 필요한 식수를 얻을 수 있는 베이스캠프 후보지로 기대받는다. 그중 한 곳인 섀클턴 분화구의 지도를 NASA의 LRO 탐사선과 함께 다누리가 섀도캠을 활용해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밖에 달 뒷면의 ‘치올콥스키 충돌구’, ‘슈뢰딩거 계곡’, ‘실라르드 엠 크레이터’, ‘티코 충돌구’ 등의 사진은 우뚝 솟은 봉우리나 바위가 굴러간 흔적까지 선명하게 담았다. 광시야편광카메라는 파노라마 이미지 형태로 달 전체의 지도를 제작 중이다. 지난해 9월 달 남극에 착륙한 인도의 ‘찬드라얀 3호’, 최초의 유인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 등 인류의 달 진출 역사의 흔적을 포착하기도 했다. 이 같은 탐사를 위해 함께 개발된 우주인터넷 기술 역시 간접적 성과다.
다누리는 당초 1년의 임무기간을 내년 말까지 3년으로 연장해 운용 중이다.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의 국제 협력이 점점 가시화하는 만큼 한국 역시 다누리 등을 통해 참여를 타진해볼 수 있다. 정부는 다누리의 후속으로 2032년까지 최초의 달 착륙선을 만들어 보낼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